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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an Nov 08. 2024

잃어버린 건 아니었어. 단지 잊고 있었던 것뿐.

무한히 펼처진 낯선 하늘 아래에서

진한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곳에서의 모든 것이 자신을 둘러싼 일상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무한히 펼쳐진 낯선 하늘 아래에서, 

는 자신 안에 묻어두었던 오래된 감정들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감정들은 언제부턴가 무뎌져 더 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던 순간들을 조용히 꺼내놓았습니다. 


한때 그를 설레게 했던 꿈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커다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했던 불확실하면서도 충만했던 마음들. 

러나 그런 꿈들은 자라면서 점점 현실 속에 묻혀버렸고, 

더 이상은 진한에게서 뚜렷하게 기억되지 않는 감정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당연히 버리고 살아온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갈망했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닿을 수 없었기에 더욱 간절했던 그곳들, 그러나 지금은 이름조차 잊어버린 거리들, 

가슴 한편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설렘과 불안의 잔향들.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놓치기 시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잊어버린 모든 것들이 마치 그의 내면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의 앞에는 다시금 일상 속 진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무의미하게 쌓여 있던 서류들, 건조한 목소리로 전화에 응대하던 그의 표정,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표정해지던 얼굴들. 

그는 그 무표정한 얼굴의 자신이 어쩌면 낯선 것에 대한 설렘을 잃어버린 채 

무덤덤해진 결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기억들 속에서 진한은 속으로 나직이 되뇌었습니다. 


“내가 그때의 나를 잃어버린 걸까?” 


그가 과거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요구에 스스로 맞추려 하며 숨겨왔던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자신이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진한은 다시금 고요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은 점점 희미해지며 고요하게 물결쳤고, 


그 물결은 어느덧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진한은 손을 뻗어 그 하늘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거리에서 모든 것은 그저 공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진한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속삭이듯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잃어버린 건 아니었어. 단지 잊고 있었던 것뿐.”


이제 더 이상 피곤한 얼굴로 자신의 일상을 바라보는 자신이 아니라, 

그가 한때 느꼈던 꿈과 기대를 품었던 진한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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