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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2. 2022

얼굴이 사라진 남자 10

10 최종회: 남자는 여느 날처럼,

남자가 퇴원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남자는 침실에 걸어놓은 묵직한 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아직도 거울 앞에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남자의 예전과 같은 평범했던 날이 지나가는 듯했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자가 여느 날처럼, 회사에 출근하는데,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왔다. 처음에 받지 않았는데, 두 번, 세 번이 울린다. 남자는 이상한 마음이 들어 통화 버튼을 누른다.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는 병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남자는 한 달음에 달려간다. 


부모 사랑의 부재에도 그나마 남자를 살아있게 한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였다.     


연세가 있으셔도 건강하셨던 분이 왜 갑자기 무슨 일로...    

병원에서 마주한 할아버지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계셨다. 남자는 몸의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왜... 몰랐을까?    


남자의 중얼거리는 말에, 연세가 있으셔서 병을 알았어도 치료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는 의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더 숙인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죽음의 길. 미리 준비할 기회는 없었던가. 남자는 생각보다 빨리 온 시간이 야속했다.    


남자의 연락을 받고 온 아내도 할 말을 잃고 남편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한 손은 아내와 다른 한 손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올게... 응... 멀리 가지는 마... 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줘.


남자는 한 번도 먼저 전화한 적이 없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뜻밖에 연결음 한 번에 전화를 받으셨다.


어머니. 한국에 들어오셔야겠어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아버지가 아프세요

.... 위급하신 거야?

네,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오시면 좋겠어요.

... 할아버지께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 주겠니? 그리고 혹시 먼저 가시게 된다면, 꼭 꼭 사랑했노라고 전해주겠니?


남자는 전화가 너머 흐느끼는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진심으로 만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거울 앞에 갑자기 서고 싶어졌다. 병원 화장실로 달려갔다. 누가 보면, 화장실이 급해 달려가는 줄 알겠지만, 남자는 문을 벌컥 열고 문득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보았다.


늦었다 생각하는 지금이라도, 단 한순간 일지라도, 변화를 할 수 있다면 그건 의미 있는 일이라는 확신에 찬 자신의 얼굴을 만났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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