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대체 왜?
주변에서 모두 물어본다.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대체 왜?"
그것은, 내 인생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꿈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공교육 속에서 초등교사라는 직업은 분명히 내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학부모들이 더 많았기에,
여전히 아이들은 사랑스러웠기에,
어쩌면 난 그 길을 계속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게 꿈이란 것이 생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 울며 잠에 들며 나는 기도했다.
제발 도와달라고,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기도를 듣고 있는 존재가 있기는 할까?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상을 시작했다.
시작은 하나의 그림이었다.
잠든 도시를 저 멀리서 내려다보는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그리고 그 옆에 글을 써 내려갔다.
어두운 밤 두 손 모아 올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존재에 대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괴로워할 때 함께 아파해주는 존재에 대해,
고장 나버린 삶에 선물 같은 순간을 전해주는 존재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김새일까?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들이 존재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계속 적어 내려갔다.
삶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해 주는 선물공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소설을 쓰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도 난생처음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흥미로운 착상이 떠올랐을 때에는
온몸이 짜릿해질 정도로 흥분이 가득했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회복해 가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상처받은 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져갔다.
잠을 자려 누웠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장 책상으로 달려가 글을 썼고,
신비로운 상상들을 하나둘씩 채워 넣으며
글쓰기라는, 이토록 재미있는 일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이로워했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정은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꼭두새벽까지 글을 쓰고 출근을 해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앞으로는 어떤 기분 좋은 상상을 채워갈까,
내일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면서 처음으로 내겐 진정한 꿈이 생겼다.
내게 행복을 주는, 글쓰기라는 이 경이로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지만,
난 초등교사를 꿈이라 부르지는 않았다.
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정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은 바보 같은 허상이라 생각했다.
초등교사에 대한 나의 열정은 딱 그만큼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힘들지만 아이들은 예쁘고,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직업'
그래서 살면서 처음으로 꿈이 생겼다는 사실은
내 세상을 180도 뒤집어 놓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가슴이 뛰는 일, 나를 살게 하는 일.
이 꿈을 좇기 위해서라면
안정적인 직장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고픔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8년이나 늦었기에,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기에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얼마든지 노력을 쏟아부을 열정이 있었다.
이 길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다를지 모른다.
힘든 일은 일어날 것이다.
내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는 불안감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도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
그래서 27살, 어찌 보면 늦었고 어찌 보면 아직 젊은 이 나이에
나의 꿈을 새롭게 써 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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