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주관식이다.
근무하던 초등학교에 사직서를 내자, 주위에선 '용감하다'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깝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동학년 선생님들도 모두 말렸다. 꼭 참고 딱 일 년만 더 해보라고. 하지만 일 년이 이 년이 되고, 이 년이 삼 년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그렇게 초등교사로 일한 2년간의 시간은 추억이 되었다.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제자들을 볼 때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방학을 즐기는 동기들을 볼 때면, 문득문득 '초등교사를 그만두다니, 내가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또는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 덮쳐온다.
그래서 기록을 하기로 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에, 내가 내린 선택을 믿고 굳게 걸어가는 것만이 최선이기에. 그리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꿈을 위한 선택을 했음을 스스로에게 되뇌기 위해서.
그래서 안정적인 초등교사를 냅다 그만두고 '소설 작가'라는 꿈을 좇는 내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초등교사로서 보낸 시간은 반절의 애정과 반절의 고통이 잔뜩 뒤엉킨 시간이었다. 순수한 2학년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같이 술래잡기를 하고, 서로 내 무릎에 올라오려는 아이들을 가득히 앉혀 장난을 치던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건네준 무조건적인 사랑은 나를 치유했지만, 한밤중에 걸려와 소리부터 지르는 학부모의 전화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내겐 아버지들에게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 그 유명한 '선생님은 아이 있으세요?’라는 말도 아버지께 들었으니. 결국 그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삼켰고, 그렇게 매일 반복되던 일상 속에서 내 영혼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숨은 쉬지만 죽어가는 기분. 끔찍했다. 한 번뿐인 인생을 평생 이렇게 살다 가야 한다는 사실이 목을 조여왔다.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런 지식도 없었지만 그냥 썼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내 영혼의 도피처였던 이 소설이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았고,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다. 온몸에 도파인이 도는 그 짜릿함! 절대 잊을 수 없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삶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어야 함을, 내일도 똑같이 끔찍한 하루가 반복될 것이란 생각은 한 사람의 영혼을 죽어가게 함을, 그 어떤 직업도 생명을 갉아먹을 정도록 중요하지 않음을. 그래서 저질렀다. 바로 사직서를 썼다.
한 번뿐인 인생 원하는 일을 하다 죽자, 하는 마음으로. 당시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해방감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동기들의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하루하루 비어 가는 내 통장잔고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고,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그래서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낮에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되돌아보면 모두 추억일 테니.
다만, 바란다.
작가라는 꿈을 좇는 이 길이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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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