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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Jun 01. 2022

하냐 안 하냐

열 번째 질문

밥 잘 먹는 것.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부모가 돼서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신생아 때부터 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 먹는 것과의 전쟁 중입니다.

모유를 먹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해서 분유 수유를 했는데 분유도 거의 대부분 남겨서 아까워하며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식을  때도  직접 만들어 먹여도 보고 사 먹여도 봤지만 다 잘 먹지 않았더랬죠. 그 이후로 현재까지 식사시간에 큰 흥미가 없는 건 여전합니다. 


이런 첫째를 봐오다 둘째를 만나고 저는 매일 놀라는 중이랍니다. 둘째는 신생아 때부터 19개월이 된 지금까지 먹이는 일이 즐겁고 신이 납니다.

최근까지 모유를 먹었고 이유식도 잘 먹었으며 현재도 너무 잘 먹고 있는 중이거든요. 크게 가리는 음식 없이 먹는 양도 제법 많고 언니  덕분에 간식도 일찍 접해서 그야말로 못 먹는 것이 없는, 없어서 못 먹는다 할 정도니까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뒤통수가 따끔따끔합니다. 되돌아보면 둘째가 프라이팬만 뚫어져라 보고 있어요. 언제 벌써 챙겨갔는지 한 손에는 자기 숟가락을 꼭 쥐말이죠.

먹을 것이 보이면 아기새처럼 "아아"하고 입을 쩍쩍 벌리는 둘째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아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는 아이에게 더 많이 주고 싶고,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거구나. 그렇다면 하나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입 벌리고 있는 사람을 찾으시겠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저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입을 벌리고 있는가, 꾹 닫고 있는가?

한 번이라도 해보고 있는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가?

구하고 있는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는가?

질문하고 있는가, 생각조차 하지 않는가?

대답하고 있는가, 반응하지 않고 있는가?

움직이고 있는가, 꼼짝 않고 있는가?


살아온 날을 말하기엔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은 연약한 저의 인생이지만 제가 생각할 때 삶은 '먹느냐 먹지 않느냐', '입을 벌리느냐 다물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먹겠다 하고 입을 벌리는 것. 즉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요,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하냐, 안 하냐"의 문제인 것이죠.

공부를 한번 해볼 것인가, 다이어트를 정말로 시작해볼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무조건  그 답이 "한다."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겠죠. 이 세상에서 삶의 답은 옳다,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저마다 다른 답을 내며 살잖아요. 

시와 같은 것이죠. 하나의 정답이 아닌 비유 속에 담긴 시인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처럼, 서로 다른 삶의 모습 속에 저마다의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은 담긴 것처럼요.

공부를 해보니, 다이어트를 했더니, 결혼을 하니, 아이를 낳아보니... 그 뒤에 따라오는 다양한 문장들이 모이고 모여 시가 되는 거죠.


저는 입을 벌리듯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계속 쓰고 또 써보는 중입니다.

반응이 없어서 씁쓸할 때도, 글 쓴 대로 살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러울 때도, 기대와 기다림에 지칠 때도 있지만 멈추진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질문 프로젝트를 혼자 시작한 것도 나에게 먼저 묻고 싶었던 삶의 질문들이었고, 나와 같은 생각 또 나와 다른 생각들이 몹시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입을 벌리고 맛있는 밥을 먹듯 그렇게 같이 식사시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런 시간이었다면 그걸로 그냥 참 행복할 것 같아요.


오늘 질문이 질문 프로젝트의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네요.

열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밥을 잘 먹고 있나요? 입을 벌리고 있나요?

우리 일단 한번 해봅시다. 하냐 안 하냐 그것이 문제니 까요. 아직도 시도해보지 않은, 해내지 못한 그 무언가가 마음속에 갇혀있다면 꺼내보길 바라요. 시가 될 거니까요.

입을 크게 벌려보세요. 모든 부모의 마음은 잘 먹는 내 자식에게 더 주고만 싶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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