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4주 차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는 정확히는 털 때문이라기보다는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면서 털에 묻힌 고양이의 타액 때문에 유발된다고 한다. 나는 생명에 위협이 갈 정도로 알레르기 정도가 심한 건 아니지만, 고양이와 한 공간에 오래 있다 보면 재채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고양이를 만진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두드러기가 살짝 올라오는 정도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괴로운 알레르기일 수밖에 없다.
취미 모임을 통해 친해진 언니가 있다. 이제 그 취미 모임을 함께 하지는 않지만 그때 마음이 잘 통했어서 그 후로도 종종 만나고 있다. 언니는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 알고 얼마 전에 자기 집에 개냥이(일반적인 고양이의 성향과 달리, 강아지처럼 사람을 매우 좋아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으니 놀러 오라고 했었다. 나의 사정상 당분간 이전처럼 자주 보기 힘들 것 같아서 이 기회에 놀러 가기로 했다.
역시 언니 말대로 고양이가 엄청나게 친화력이 좋아서 만난 지 5분 만에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고양이에 따라서 나의 알레르기 발현 정도가 다른데 그렇게 무릎 위에 올려두고 쓰다듬으며 한참을 있어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러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서부터 시작됐다. 뒤늦게 증상이 올라와서 저녁을 먹는 동안 휴지에 눈물 자국 가면들을 찍어냈다.
언니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있고 내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언니를 보러 간 건 왜일까?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보고 싶을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 고양이를 보는 척 언니를 만나러 가는 마음 그리고 기꺼이 집에 초대해서 좋았던 책을 나에게 선물해주고자 했던 마음.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알레르기를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