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조금씩 뒤틀려있다.

<캐비닛>, 김언수

by 정죵

<캐비닛>, 김언수

나는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상실의 시대>에서 그가 표현한 바와 같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조금씩 '뒤틀려'있는데, 그 뒤틀린 모습이 사실은 나 자신의 그리고 우리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모두가 자신의 뒤틀림을 숨기고 모난 곳 없는 '평범'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이라고 말이다.


김언수 작가의 소설 <캐비닛>에 나오는 인물들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저 하루키 소설 속 인물보다 뒤틀림의 정도가 크고, 그 뒤틀림의 결과가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소설 속에서 '토포러'로 분류되는 한 심토머가 말한다.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 최고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늘 불안한 겁니다.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 장애는 현대 사회에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중 극소수가 한 번에 긴 시간 동안 잠을 자는 현상을 겪는다.


'메모리 모자이커'로 분류되는 한 심토머도 자신의 기억을 삭제한 행동을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에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우리도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노력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불행한 기억을 억누르고자 노력하다. 그리고 일부는 그 기억을 말 그대로 '삭제' 하고 메모리 모자이커가 된다.



이렇듯 작가가 '심토머'라고 명명한 그 사람들은 어딘가 뒤틀려있다. 그리고 그 뒤틀림은 어떤 결핍 때문에 생겨난다. 사랑, 자아실현의 욕구, 여유, 심리적 안정 등. 이러한 결핍으로 인해 고양이가 되고자 하거나 자기 스스로 은행나무가 되기도 하며 타임 스킵을 겪거나 긴 시간 동안 잠을 자기는 심토머가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공대리와 주・조연급의 손정은 씨도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 그저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현상을 겪지 않을 뿐, 그 두 명 모두 자신의 결핍을 인지하고 자신도 심토머가 아닐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도 나의 결핍 혹은 뒤틀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힘든 기억을 축소하고 왜곡시키고 미화시키는 모습. 존중 또는 배려가 없는 사람을 볼 때마다 치솟는 조절하기 어려운 분노. 부(富)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한 부자들을 향한 조소와 비난 등. 그저 이러한 뒤틀림의 정도가 이상 현상을 일으킬 만큼 충분히 크지 않을 뿐 나 또한 예비 심토머는 아닐까?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도 예비 심토머이지 않을까?



결국 작가는 여러 모습의 심토머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다.

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가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결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타인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 함부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거기서 끔찍한 폭력이 발생합니다.

앞에서 빛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뒤에서 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항상 인지하고 살아가기를.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의 귀천도 직업의 귀천도 없음을. 그러니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함을.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 혹은 '공감'이라는 명목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조심하기를.

그럼으로써 우리의 결핍이 줄어들고 뒤틀림이 사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