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돌을 기다리다가

by 혜아


5월 11일 주문한 안스리움이 도착했다. 초록 잎과 불염포라 불리는 붉디붉은 가짜 꽃잎이 반질반질하다. 하트 모양의 불염포 오목한 곳에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하얀 꽃차례가 뾰족하니 곧추서있다. 유리병에 오색 돌과 물을 넣고 수경재배를 해야지. 안스리움이 도착한 날부터 오색 돌을 기다렸다.


날마다 장바구니를 들여다본다

내일이면 오색 돌을 받을 수 있겠네

화요일이면, 토요일이면 …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는 오색 돌

장바구니를 들여다볼 때마다

도착 예정 날짜가 하루 아니면 이틀씩 미뤄져 있다

수련 씨앗이 도착하고

장미가 도착하고

전지 톱이 도착하고

순면 반 팔 티셔츠가 도착하고

침구 청소기가 도착하고

칼슘이 도착하고

콘드로이친이 도착하는 동안

오색 돌 도착 예정일은 날마다 연기되었다

5월 31일 알아차렸다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오색 돌이

스무날이나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6월 1일 하루 만에 오색 돌이 도착했다


뿌연 돌가루가 묻은 오색 돌을 씻는다

화분의 검은흙 속에 담겨있던 안스리움 뿌리도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다

후배가 멕시코에서 사다 준

콜롬비아 커피 가루가 들어있던 병에

안스리움 뿌리를 넣고

오색 돌을 넣고 물을 붓는다

스무하루 만에 오색 돌 사이사이 뿌리를 뻗은

안스리움 가짜 꽃잎이 한껏 붉어졌다



안스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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