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온 대구 여행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 꼭 가보세요들

by 늘보

내가 사는 부산과도 가까워서 올 일이 없다면 굳이 오지 않을 여행지, 대구를 다녀왔다. 대구 클래식 공연 티켓이 생겼기도 하고, 대구 간송 미술관 티켓도 있고, 휴무도 냈고, 겸사겸사 1년 만에 대구를 다시 찾게 됐다. 작년에는 간송에 미인도를 보러 왔었는데, 1년 만에 다시 대구를 오게 될 줄이야. 가깝고도 먼, 대구로.

대구를 가는 김에, 그러면 예전에 친구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던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이란 곳도 가보자. 시간이 좀 남으니, 영화 <부고니아>도 보고 와야지. 동대구역과 숙소,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과 대구 콘서트 하우스, 간송 미술관을 지도에서 검색해서 동선을 대충 짜보았고, 동선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 중에 <부고니아>를 상영하는 시간대를 비교해서 영화관도 정했다. 기차표도 구매완.


대구는 기차로도 금방 오고, 익숙한 장소들을 다시 오니까, 사실 부산을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목적지로 가는 길 근처에 맛집도 대충 검색해서 검색한 맛집을 찾아갔는데, 이번 대구 여행에서는 맛집을 찾아가는 길에 다른 식당으로 두 번 이탈한게 다른 여행에서는 하지 않았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내가 검색한 맛집은 가보지 못했고, 왠지 저기가 맛있을 것 같다, 는 느낌을 받은 곳이었다. 사람이 많고, 리뷰도 나쁘지 않으며, 가격도 괜찮은 것 같고, 춥기도 하고, (옷을 얇게 입고 갔음) 여차여차해서 우연하게 들어간 음식점. 결과는? 낫밷. 사람들이 많은 곳은 많은 이유가 있다. 이제는 리뷰 글도 광고 글인지, 진짜 맛있어서 쓴 글인지 대충 보면 안다. 하여간 그렇게 찾은 맛집 두 곳은 여기였다.

방촌 원조 잔치국수 동성로점에서 먹은 칼국수와 불고기, 불고기 꼭 드세요!

방촌 원조 잔치국수 동성로점과, 율하동에 있는 건강한진국.


방촌 국수집은 메뉴 구성도 좋고, 가격이 저렴했으며, 가게도 깨끗하고 음식도 깔끔했다.

율하동의 건강한진국에서 먹은 소고기국, 고기도 많고, 정갈한 반찬들.

율하동의 건강한진국은 다음날에 간송미술관을 가려고 버스 환승을 하려다가, 발견한 집. 주변 상가가 모두 임대라고 되어 있었는데, 여기만 장사를 하고 있었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버스 정류장까지 솔솔 났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본능적으로 발견하게 된 집. 혹시나 해서 리뷰도 찾아봤는데, 리뷰가 많진 않지만, 친절하시고 반찬이 정말 맛있다는 리뷰가 다수였다. 입구를 들어가보니, 모든 자리가 다 차서 들어갈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어떤 남성분께서 자긴 다 먹었으니 여기 앉으라고 하셔서 들어왔다. 어느 메뉴를 시키겠냐 물어보셔서 어떤 메뉴가 제일 유명하나요? 여쭤봤더니, 아까 자리를 내어주신 남성 손님께서 여긴 다 맛있다고, 하셔서 좀 기대도 했는데, 정말 친절하시고 맛도 있었다. 아마 간송 미술관을 다시 방문하러 온다면 건강한진국에서 다른 메뉴도 도전해보려고.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 반찬을 더 달라고 해야 더 주시는데, 내가 맛나게 그릇을 다 비우고 있으니(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아주머니께서 빈 그릇을 고대로 들고가셔서 리필을 해주셨다. 이렇게 더 주신 경우도 처음 봄. 그래서 아주머니께, 부산에서 왔고, 좋은 리뷰가 많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방긋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일을 할 때 저 분처럼 진심으로 친절해야 하는데, 요즘 일터에서 난 좀 많이 불친절했고, 좀 많이 반성도 했다. (상황이 어떻든 친절해야 할 것 아니야, 늘보야. 왜 자꾸 인간 늘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니..)


아무튼 이번 대구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과 대구 콘서트 하우스였는데, 두 곳 모두 너무 좋았다.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은 무려 1957년에 오픈해서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감상실 겸 카페로, 하이마트는 독일어로 ‘마음의 고향’이라는 뜻이라고. (마음의 고향은 나도 방금 이 글을 쓰려고 검색하면서 알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옛날 다방 같은 분위기의 소파와 벽에 걸린 그림들이 보인다. 음악 감상실의 이용요금은 8천원. 음료와 다과도 포함한 가격이다. 나는 모과차를 주문하고 제일 앞자리 소파에 앉았다. 주신 종이에 음악을 적으면 그 노래들도 틀어주신다. 나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우효의 민들레, 그리고 검정치마의 에브리띵을 적었는데 유재하와 우효 노래만 틀어주심. 그래도 그저 좋았다. 큰 스피커로 모르는 사람들이랑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경험은 늘 특별해. 짜릿해..


어느 중학교 밴드부에서 단체로 와서 음악 감상실의 역사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한 곳에서 음악을 같이 들으니까 또 기분이 색달랐다. 사실 이런 장소에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인연들이고, 서로의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이젠 나누지 않는 시대이다 보니... 서로 대화는 하지 못해도,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교감하는 기분이었다. 대구 올 때마다 여기는 자주 들릴 것 같다.

대구 콘서트 하우스도 처음 와봤는데, 부산 콘서트홀의 미니 버전 느낌이었다. 노르웨이와 북유럽을 대표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현악 6중주단이 총 9곡을 연주해주셨다. 같은 음악을 그 전날인 부산에서도 감상하고 대구에서도 감상을 했는데, 장소가 달라서인지,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사회자분의 말씀도 더 귀기울여서 듣게 되고, 곡 설명도 더 꼼꼼히 읽고 들어서 더 잘 들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대구 관객의 반응이 더 뜨거워서인지 앵콜 아리랑 곡도 더 들을 수 있어서 대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싸인회가 있길래 맨 앞줄로 섰더니, 대표로 꽃도 받아서 연주자 한 분께 꽃도 드리는 영광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좀 있어서, 연주자분들에게 어제 부산 공연도 봤었다고, 대구에서 앵콜곡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저도 엄마랑 노르웨이에 오로라 보러 갔었다, 뭐 이런 이야기도 짧게 나누었다. 휴무내고 대구까지 왔다니까 되게 반가워 하시기도 했다. 프로그램북에 싸인도 모두 받았지롱.


공연이 끝나고, 바로 호텔 체크인하고 씻고,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몇 편 보다가 잠에 들었다. (이 드라마 재미있습니다, 여러분...!!)


다음 날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기차 시간 바꿔서 바로 부산 내려갈까 하다가, 그래도 휴무까지 냈는데 좀 아쉬워서, 원래 일정대로 간송 미술관을 다녀오기로 했다. 작년에 먹었던 까꾸리 웰빙 손칼국수집을 가려다가, 위의 글에 이미 적었듯이 율하동의 건강한진국에서 고기국을 대신 먹었다. 까꾸리는 다음에 또 먹으러 와야지. (까꾸리도 맛있어요)

김구 선생님의 저 말이 요즘 현실화 된 것 같아서 감개무량하고 그래...!!
신윤복과 김홍도 그림도 대구 간송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작년엔 줄이 길었는데 이날은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좋았음


간송 미술관은 이번에 <삼청도도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라는 전시를 하고 있다. 오디오 가이드도 들을 수 있는데 한국어 버전은 배우 임수정씨가, 영어 버전은 마크 테토님이 도슨트 녹음을 하셨다. 전시회를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도슨트 해설이랑 같이 들으면 더 좋음. 꼭 들어보세요...!!


한국화도 어릴 때 잠깐 배웠었는데, 난과 대나무 그림이 매우 정교해서 놀라웠다. (검은 비단에 금가루를 아교로 갠 금니로 그려졌는데, 나는 처음에 금니래서 금이빨?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러면서 봄.)

예전에 비하면 전시물들이 영상 전시가 많아져서 요즘 아이들이 보면 좀 더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기도.


아무튼 오랜만에 대구 여행도 좋았다.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녀야지.

대구에 비행기 카페도 있다던데 다음엔 거기도 가보는 걸로.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