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1부 제주도 2일차.
사실 이 글도 제주도 여행 때 찍은 사진과 영수증을 뒤져서 다시 쓰고 있다. 우리가 어디를 언제 갔는지도 사진을 봐야 아, 우리 여기 갔었지, 여기 좋았는데, 한다. 이래서 여행가면 사진을 많이 찍어놔야 한다. 기억력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데, 좋았던 추억을 오래오래 기억하려면 사진과 글로 기록을 부지런히 해둘 수밖에.
여행을 2월에 갔었는데, 이때의 나는 마라톤에 미쳐있었다. 제주도 여행 이야기하다가 웬 마라톤이냐, 하겠지만, 4월에 있을 마라톤 때문에 제주도 여행 가서도 러닝은 꼭 해보고 싶었다. 제주도 바다를 보며, 음악을 들으며 러닝하기. 뭐, 그런 소소한 버킷리스트였달까.
이른 아침에 여행지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일어나서 뛰는 행위는, 예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뛰는 건 더 싫어하고, 등산? 당연히 싫어한다. 요즘은 좋아서 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냥 마라톤 뛰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서 마라톤 신청하고 뛰고 있다. 여전히 내가 왜 뛰고 있는가, 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달 뒤에 마라톤이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도 친구와 바다를 보며 뛰었다. 본격적으로 뛰기 전에 콰당 넘어지긴 했지만. 미리 넘어져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넘어지고 나선, 욕심내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뛰었으니까. 일출을 보면서 뛰니까 코가 엄청 시리긴 했지만, 하루의 시작이 좋았다.
숙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었다.
제주도 하면, 동백꽃이지 않나. 사진도 연습할겸, 동백꽃을 보러 갔다.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동백은 끈기, 기다림, 우아함을 상징한다고.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참 예쁘다. 액자 프레임도 예뻐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이중섭 거리도 다녀왔다. 이중섭이 살던 자그만 초가집의 단칸방은 직접 들어가볼 수도 있다. 이렇게 작은 단칸방에서 가족들이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살았다고 한다. 상당히 비좁고 허름했지만, 훗날 이중섭이 가족과 떨어져서 힘들게 살았던 걸 생각하면, 이곳의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으리라.
제주한라국수에서 만두도 먹고, 테라로사랑 클랭블루 카페도 가고, 본태박물관도 갔다.
책계일주도 이날 한 번 더 가고, 서점에서 꽤 오래 책을 읽었다.
비움이 목적이었던 여행이어서, 뭔가를 더 보기보다는, 이렇게 조용히 서점에서 각자 시간을 보낸 것도 좋았다.
이번 제주도 여행 내내 읽었던 <좋은사람도감>. 좋은 사람 둘과 여행해서 서로에게 좋은 사람 도감!을 계속 외쳤던 여행이었다. 대충 번역을 하자면, 서로가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칭찬 스티커 붙이는 것처럼 좋은 사람 도감!이다! 해줌. 주로 두 사람이 내게 배려를 해줬고, 나는 배려를 했...나... 했을 거야... 아마도...
여기고씨네라는 곳에서 회도 포장해서 숙소에서 친구들과 먹음.
회를 먹으면서 또 숙소에 새로운 분들이 왔는데, 한 분이 제주도의 맛집 몇 개를 소개해주셨다.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서로의 정보도 공유해주고, 짧게 이야기도 나누고. 그때 맛집을 알려주신 분은 연락처를 물어볼 걸 그랬다. 왜냐면, 그분이 말해준 맛집들이 다 맛있었거든.
제주 2일차,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