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덧없이 피어난 그는 항상 같은 외투를 입었다.
그의 외투는 청춘이라는 단어와 걸맞지 않게 낡아있었다
여름과 가을 사이 어딘가,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찬 온기에 다른 옷을 고를 선택지는 없었다
그저 같은 길을 걷고
주어진 밥을 먹고
밤과 새벽 사이에서 살았다
고요함 속 새로움이 없는 삶의 연속
봄과 겨울이 없이, 잠재되지 않는 개화는 쉽게 흐트러진다
덧없이 피어난 것들은 주제가 없어,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래도 살아간다
잡초처럼 쉽게 밟혀 문드러지고 흐트러져도
덧없이 피어난 것들의 숙명이라 할지라도
울음 없이 태어난 것들은 말이 없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