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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Jun 18. 2022

QnA

에세이

  약을 먹는 일은 언제나 버거운 일입니다. 손에 털고 입에 넣는 순간 쓴맛이 납니다. 그러고는 바로 차가운 물을 마셔야 합니다. 식도를 타고 위에 도착할 동안 목구멍에 걸리기도 해서 물을 한 모금 더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 도착하고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장으로 가는 시간도 꽤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혈관을 타고 필요한 부분에 닿은 뒤, 어지러웠던 정신을 붙잡을 수 있게 됩니다. 약을 먹는 일은 고된 일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나 봅니다. 약 먹는 일조차 이렇게 버거워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제 존재에 관해서 물음을 뱉습니다. 하지만, 답을 해주는 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길게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일 년이나 걸리기도 합니다. 답을 찾는 동안 저는 형태가 없습니다. 고체도, 액체도 아닙니다. 그저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 중 하나에 불과해집니다. 겨우 당신에게 닿아, 물음을 뱉어도 듣지 못했는지 옷깃에 흩날리며 저와 같은 사람들을 털어냅니다. 그들과 저는 공기 중에 떠돌다가 구석 어딘가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책상 아래로 모여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물음을 뱉습니다. 답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저는 언제까지도 먼지로 남아 있을 겁니다. 제가 답을 알려주시면 저는 사람이 됩니다.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제게 답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스쳐 지나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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