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렸을 땐 이런 질문이 철학적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뭔가 더 현실적인 고민, 혹은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살다 보면 이유 없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열심히 살아도 늘 허전하고, 웃고 있어도 어딘가 모르게 텅 빈 마음.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여기 있을까?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사소한 것들을 느낄 때마다, 좋아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주 작고 사적인 행복을 경험할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거 느끼려고 내가 태어난 거구나.
나는 어느 작은 카페를 좋아한다.
창이 크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
벽에는 오래된 재즈 앨범 포스터가 걸려 있고, 바닥은 나무 특유의 따뜻한 색감이 감돈다. 그곳에서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만 멈춰있는 기분이 든다.
그 고요한 평화로움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장소를 사랑하는 마음,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나는 살아있다는 게 참 좋다고 느낀다.
내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정해진 장르는 없다.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바뀌는 선곡 리스트.
비 오는 날엔 시규어 로스나 김사월을 듣고, 해 질 녘엔 검정치마나 샘 김의 음악을 듣는다.
노래는 시간의 포장을 벗기고 나를 그 순간에 놓이게 한다.
아주 오래 전, 어떤 감정 속으로 순간이동 시켜주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안아주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래 하나로 하루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걸, 몇 번이고 경험했다.
그걸 느끼기 위해서라도, 나는 계속 살아가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꼭 연인이 아니어도 좋다.
나를 편하게 해주는 친구, 나의 결을 이해해주는 가족, 나를 웃게 만드는 동료.
어떤 사람은 내 안의 빛을 꺼내주고, 어떤 사람은 내 어둠을 조용히 안아준다.
사람을 통해 내가 누군지 더 깊이 알아간다.
사랑은 때로 아프고 복잡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다는 능력 자체가 참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이미 받은 셈이 아닐까.
좋아하는 음식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따뜻한 된장찌개.
혼자서 처음 만들어 먹은 파스타.
배달로 시켜 먹는 치킨 하나에도, 그날의 감정이 녹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아주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그건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살아있다’는 확신의 순간이다.
좋아하는 맛을 아는 건, 나를 아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그저 많이 느끼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경험하기 위해서라는 걸.
햇살이 좋은 날 걷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웃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도 흘리고,
평범한 음식에서 행복을 찾고,
어떤 날은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또 어떤 날은 나 자신을 다시 찾고.
그 모든 감정과 기억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존재의 이유를 살아낸다.
오늘도 나는 나를 채우는 중이다.
조금씩,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리고 언젠가, 지금보다 더 나답게 살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이 삶의 조각들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