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워 있는 게 제일 좋다.
아니, 누워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하려면 너무 많은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챙기고… 그 모든 사소한 일들이 하나의 고비처럼 느껴진다.
누워 있을 때만큼은 세상이 멈춘다.
해야 할 일도, 지켜야 할 역할도, 내가 나를 꾸짖는 소리도 사라진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그냥 존재할 수 있다. 아무도 날 바라보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편안해진다.
오늘도 일어나기 싫었다.
알람은 세 번 울렸고, 나는 그중 두 번을 무시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일어나자마자 후회했다. 왜 나는 또 오늘을 시작하려고 한 걸까. 왜 나는,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향해 이렇게 꾸역꾸역 나아가야만 하는 걸까.
하기 싫은 걸 하는 능력
“그래도 또 하루는 흘러간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하기 싫은 걸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일인 것 같다.
일어나기, 설거지하기, 아이 밥 먹이기, 감정 숨기기, 무례한 말에 웃어주기, 억지로 말 걸기, 자존감 없는 하루 견디기.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걸 꼭 내가 해야 하나?'
그러다 다시 고개를 떨군다. 누가 대신해주지도 않고, 포기할 자유도 없는 일들. '엄마'라는 이름 아래, '어른'이라는 역할 아래 나는 자꾸만 나를 밀어붙인다.
사실 나는 대단한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하기 싫은 걸 계속 해내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걸 능력이라고 인정해주고 싶다.
'내가 또 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 비록 지지부진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내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누워만 있어도 괜찮은 하루
“게으름은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무기력은 나쁜 거라고.
게으름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누워 있는 시간은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고요한 틈에서, 나는 겨우겨우 나를 이어 붙이고 있다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하고 싶은 것도 사라질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아주 조용히 나를 설득해본다.
'그래, 오늘은 조금만 하자. 나머지는 내일 해도 돼. 지금은 누워 있어도 괜찮아.'
그리고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버틴다.
누워 있는 시간을 버리고서 겨우겨우 다시 움직인다.
하기 싫은 걸 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자꾸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도 난 잘하고 있어. 이만큼도 대단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