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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Oct 22. 2023

라헬 라위스의 곤충들

네덜란드 바로크의 정물화가

라헬 라위스(Rachel Ruysch, 1664-1750)는 네덜란드 17세기의 꽃정물 화가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가 해상무역을 통해 경제적, 문화적으로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던 시기, 오랜 기간 동안 인기와 명성을 얻은 여성화가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당시 예술가 협회의 최초의 여성회원이었다.

Still Life with Flowers in a Glass Vase, Rachel Ruysch, c. 1690 - c. 1720

 당시 꽃정물화는 실제로 화병에 꽂혀있는 꽃들을 보고 그린 것이기보다는 화가가 다양한 꽃들을 화면 속에 구축하여 그린 것이다. 이렇게 화가가 구성하여 만들어 낸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그 얇은 한 잎, 한 잎, 한 송이, 한 송이를 감상하다 보면 그녀의 작품이 왜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아름답게 채색된 꽃잎들과 완벽하게 구축된 줄기와 잎, 꽃의 위치가 18세에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50점 이상의 작품을 남긴 그녀의 성실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네덜란드 17세기 꽃정물화의 주인공은 단연 튤립일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Tulip mania”로 유명한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튤립은 당시 네덜란드 엘리트들의 사치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이한 줄무늬를 가진 터키에서 수입된 가장 비싼 튤립이었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는 그녀의 그림에서도 제일 상단이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Rachel Ruysch (Dutch, 1664–1750), Flower Still Life. Oil in canvas, about 1726.


 이밖에도 이국적이고 희귀한 다양한 꽃들이 항상 그녀의 꽃정물화에 가득했는데 그녀의 꽃정물화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가 작은 곤충들까지도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줄기 위를 기어가고 있는 애벌레와 양귀비 한가운데서 꽃가루를 모으고 있는 벌, 금잔화 위에 내려앉은 나비까지 말이다.


 어떤 꽃정물화는 곤충들과 함께 화려하고 생생한 꽃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또 다른 꽃정물화는 곤충들이 갉아먹고 갈변하고 있는 잎을 볼 수 있다. 이는 네덜란드의 해골이 등장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가 그렇듯 꽃정물화 역시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피할 수 없는 진실(Momento Mori)을 암시하기도 한다.


Still Life with Flowers on a Marble Tabletop, Rachel Ruysch, 1716

  당대의 몇몇 화가들이 꽃정물과 곤충 그림을 그렸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다양하고 조화로운 구성을 가진 그녀의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저명한 식물학자이자 해부학 의사였다는 점일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암스테르담의 식물원에서 식물학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당시 네덜란드가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다양한 생태에서 얻은 식물학을 포함한 자연사 표본을 그녀의 집안에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은 그녀가 사실적이면서도 다양한 식물과 곤충들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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