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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Dec 16. 2022

비행기공포증30년차지만 가끔은 떠나고싶다


 코로나 시국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여행이 부쩍 늘어났다. 국내여행으로 만족했던 지난 몇 년과 달리 보상심리인 듯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해외여행이라면 보통 치안이나 핵심 관광지 물가 등을 알아보는데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관문부터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심각한 비행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딱 한 번의 여행이 있었다. 남편과 둘이 스웨덴에 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유럽 여행이라고 부러워했지만, 나는 여행이 결정되고 제일 먼저 안정제를 타러 병원에 다녀왔다. 일단 여행 준비부터 공포감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여행이 결정되고부터 당일 날까지 비행기를 타는 상상으로 잠을 설친다. 여행 당일에는 눈물도 펑펑 쏟았다. 설레고 기대 만발이어야 할 시간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버리고 만다.



울지말고 가보자.



 드디어 이륙.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안정제를 먹는다. 안정제를 먹어도 안정이 안되어 와인까지 마신다. 안정제에 와인을 마셔도 사람의 공포심이 너무 심하면 잠이 안 온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심장이 너무 뛰어 고통스럽다. 그렇게 나는 스웨덴 가는 10시간 내내 기도를 했고 잠깐이라도 생각을 전환하고자  화장실만 10번 정도 왔다 갔다 했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괜찮을 거야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돌아와서 기도를 했다는 것도 말이기도지 머리는 텅 비어있고 내내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핸드폰 스톱워치를 틀어놓고 초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체크한다. 그렇게 10시간의 공포의 시간이 지나서 착륙. 그제야 안정제의 힘이 발휘되는지 내가 지쳐 쓰러지는 건지 갑자기 잠이 미친 듯이 쏟아진다.



 이쯤 되니 남편이 선언을 했다. 앞으로 서너 시간 이상의 비행은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덩달아 괴로울 것이다.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하지만 남편이 잠을 자고 한숨을 쉬는 그 순간조차도, 내게는 초단위의 괴로움이었다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우물 안개 구리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평생한지역에만머물며 붙박이로 살다가 할머니가 되어 와 난 진짜 이곳을 떠나 본 적이 없네라고 회상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돈도 문제지만 아끼고 아껴서 한 번씩은 여행도 해야 한다고 느낀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해야 지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수 있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좋은 곳이 많지만, 유튜브에서 외국의 다른 문화를 볼 때마다 이국적인 느낌에 매료된다. 국내보다는 아시아. 아시아보다는 유럽. 나와 살고 있는 거리가 멀수록 삶의 패턴과 행동양식은 달라진다. 그들의 삶도 궁금하다. 당연히 여행하고싶고마땅히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거기에 가기까지가 너무 무서울 뿐이다.






 그래, 일단 가까운 제주도라도 도전해보자. 10월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비행기 공포증을 조금 극복해볼 기회였다. 물론 또 병원에서 안정제를 타 오긴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았으니 나는 인터넷의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모아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안전 확률 계산. 비행기는 다른 운송수단보다 엄청 안전한 편이다. 나는 자동차를 타거나 기차를 탈 때는 두렵지 않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안전한 데다 시간당 11시간이나 정비를 하는 비행기를 왜 두려워하는가?

둘째, 기장은 나보다 훨씬 더 베테랑이며 비행기에는 이미 안전장치가 많이 있다. 새랑 부딪혀도 대응 방식이 있고, 번개를 맞아도 무슨 수를 써서든 착륙은 할 수 있단 말이다.

셋째, 나는 아무것도 컨트롤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도착 때까지 내게 뭘 시키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부질없는 고민일 뿐이다.



 여기까지 알아보고 나니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그냥 수면제를 먹고 자는 것이다. 나란 사람은 깨어있어 봐야 걱정만 하고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의식이 무엇에 필요하단 말인가. 결국 수면제가 최고구나. 몇 시간 푹 자고 나면 시간도 다 가고 내 컨디션도 좋고.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냥 자는 것도 괜찮지 않아?



 바로 내가 애가 셋이라는 사실. 애들이 모두 잠들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 남편이 두 명까지는 케어 하지만 역시 한 명 정도는 내 옆에 앉혀야 한다. 떠들지 않아야 하고 심심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잠을 자겠는가. 그저 두근두근 마음을 졸이며 텅 빈 머리로 애들의 시중을 들뿐.



 여기서 임시방편이 등장한다. 바로 귀마개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있으면 더 좋다. 물론 노이즈를 캔슬해버리면 옆에 앉은 아이의 소리도 좀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그래도 그나마 좋은 방법이다. 비행기의 시끄러운 소음을 듣지 않음으로써, 내가 비행기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어본다. 덜컹거리는 건 기차에서도 덜컹거리니까 괜찮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또 입에 털어 넣는 신경안정제.



 어찌어찌 1시간의 왕복비행으로 제주도는 다녀왔다. 하지만 그 달에 나는 평소 규칙적이던 생리불순을 겪어야 했다. 실제 몸의 영향이 온다는 것을 느껴본 바로, 결국 정신건강에는 안 가는 게 최고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내 문제로 가족들까지 경험 못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이제는 엄마도 모자라 애들까지 평생 한 곳에서만 살았어요 하고 만들 셈인가?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생각했다. 누구나 이런저런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나는 비행기지만, 어떤 사람은 열차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밖으로 외출한다는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새삼 인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나름의 불안을 안고 괴로워하며 살아가지만, 다들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쟤가 저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어떻게 감추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걸까?



 방법은 모르지만 다들 해내고 있다. 나 역시 어떻게든 불안을 최소화하며 부딪쳐가 야한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터득한 나만의 꿀팁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아무것도 모를 때보단 나름의꿀팁이라도 쓰는 게 조금은 낫다

나이가 사십이 되도록 아직도 매우 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불쌍하지만, 결국 이런 노력이나마 세상을 배워나가는데 힘이 되길 바라며. 

나는 다음 여행에도 제일 먼저 안정제와 노이즈 캔슬링을 챙길 것이다.



 PS - 누군가 더 좋은 꿀팁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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