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여

by 느린토끼

‘사랑해’라는 말을 최근 들었다.


그런데 기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사람, 감정적이고 연예인이 팬에게 하는 말처럼 가볍게 쓰는구나.’ 싶어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분에게 사랑은 호감에 기반을 둔 욕정, 신체적 이끌림일 것이다. 하지만 내겐 ‘엥? 벌써? 아직 서로를 잘 모르지 않나.’라고 거부감을 들었다. 마음과 표현 속도 차이가 더 확연히 느껴져 부담스러웠다. 그 사람은 나를 모르기에 그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의 공백을 자신의 환상으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조금 다르다. 연애초기에는 사랑을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감정은 콩깍지시기에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으로 그저 신체적 욕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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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랑은 끌림이라는 감정도 있지만, 책임과 결정이 포함되는 말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정의를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사랑의 기술에서 ‘성숙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판단과 약속이라며 의식적인 선택과 헌신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까진 아니더라도 사랑은 일상적이고 지루한 것이다. 내게 사랑은 상대의 싫어하는 점과 반복을 볼 때 그 사람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 갈등이 생길 때 함께 대화해나가며 타협하는 것,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정말 육체적으로 원할 때는 사랑을 말하기 어렵다. 상대를 갈구하는 열정적 사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꼴도 보기 싫을 때도 계속 보기로 하는 것이 사랑이다. 아직은 사랑의 ‘ㅅ’자도 꺼내기에는 너무 이르다. 사랑은 어두움, 지루함, 짜증 속에서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 지금은 사랑이 아니라 ‘끌린다, 좋아한다, 더 같이 있고 싶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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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마다 사랑의 정의가 다르다.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에서 친밀감, 열정, 헌신 3가지 요소에 따라 8가지 사랑의 유형을 말했다. 이렇게 사랑은 다양한 모습이다. 상대방과 나는 서로 이름 붙이는 게 달랐고 표현에서 이질감을 느낀 것이다. 내가 사랑한다는 말이 불편했던 것은 사랑이 단순히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결심’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박원의 노래 ‘노력’에서 ‘안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가사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관심을 바탕으로 서로 감사하고 좋은 면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는 도파민이 터지지 않는 순간에도 친밀감과 애정의 옥시토신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분의 사랑한다는 말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특정 사람에게 깊이 관여하고 애정을 쏟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서로 다른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다. 사랑은 처음에는 끌림으로 시작하지만 신뢰와 결심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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