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나무 Dec 13. 2021

체력은 국력이라지만 나의 체력은 육아의 힘이었다.

결혼 전 여선생님들의 티타임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 선생님이 퀴즈를 하나 내었다.  아이를 키우는데 제일 필요한 게 뭔지 아느냐고....

그 자리에 있던 여선생님들은 대부분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이었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답이 나왔다.

사랑.  지혜로움. 이해. 돈........


우리는 뭐냐는 식으로 쳐다보았고 답이 나올 때마다 그 선생님은 픽 웃었다.

그때 결혼한 오빠네서 출퇴근하던 여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 체력-


우리는 일제히 쳐다보았고

-딩동댕-

 여선생님은 먹던 커피를 쭉 마시고는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며 수업하러 간다고 뛰어갔고, 답을 맞힌 여선생님은 애는 힘이 없으면 못 키우겠더라 조카 한 시간 봐주면 수업 한 세 시간 하는 것만큼 힘들다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 애 키우려면 힘이 필요하구나. 그렇기도 하겠네-


임신 중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기에 2.63kg 아이 하나 어쩌지 못하냐는 자신감으로 아이가 너무 가볍다는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 내가 십여 년도 전의 지나가는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친정 엄마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데도 힘이 들었다. 하루 스무 시간씩 자는 갓난아이였지만 젖 달라고 밤이면 세 번씩 깨었다. 그래서 밤 잠은 날아갔다. 낮에도 아이가 젖을 자주 먹으려고 해서 두 시간 간격으로 꺠어났고, 기저귀를  하루에 6-7개는 갈았고 모유가 부족해 분유를 같이 먹이는 통에 하루에 젖병을 몇 개씩 소독했고, 잠투정이 심한 아이를 잠재우려면 내가 업고 아파트 단지를 돌고 또 돌았다. 한 번은 한 시간쯤 돌고 나니 너무 힘이 들어서 아이가 잠들었으면 들어오려고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조용하게

-뒤에 애기 자요?-

-아니 눈 뚝 뜨고 나 쳐다보는데.-


친정 엄마가 거의 도와주셨지만 수술 후유증이 심해서  힘이 들었는데 문제는 쉴 수가 없었다. 내가 잠만 자려면 깨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결혼 전의 나도) 아니 애 잘 때 일 해 놓고 쉬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기는 결코 엄마에게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거기가 아이가 클수록 힘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걷고 뛰면 나는 온몸으로 삼종경기하듯 숨을 헐떡 거리며 뛰어다녔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에고 엄마가 힘들겠네-

돌 즈음 10kg 넘어가는 아이를 안고 가노라면 한 겨울에도 코트 필요 없이 그냥 다녔다.


그때는 아이가 크면 나을 줄 알았다.

지발로 걸어 다니면, 지 손로 밥 먹으면......

하하하

웃음밖에 안 나올 정도로 아이가 클수록 더 바쁘고 더 뛰고 더 땀난다/

거기가 30대 엄마들이 가볍게 업을 때 40대 엄마인 나는 더 힘들고 사십 대 엄마들이 학교 행사에서 날 때 오십 때 엄마인 나는 힘들다. 시간이 가도, 아이가 클수록 또 다른 힘듦이 나를 기다린다.


한 때 웃자고 한 소리 중에 나를 저출산 홍보 대사 시켜주면 잘할 자신 있다고 했다. 애를 일찍 낳아야 하는 이유를 말할 필요 없이 나 사는 거 보여만 줘도 아! 애는 낳으려면 일찍 낳아야 하는구나 꺠달을 거라고...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말하는 이 순간에도 아이 행사에 따라갔다 와서 기진맥진한 채 누워 있다가 아까 젊은 엄마들은 행사 끝나고 이차 갔는데 나는 너무 힘들어서 돌아온 일을 두고 후회 중이다. 나도 따라갔어야 그 시험 정보 들을 수 있었는데... 에고


체력이 국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체력이 육아의 힘이라는 것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늦둥이 엄마로 겪는 최대의 고충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십오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가의 이전글 늦둥이 엄마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