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좋은 독후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자신의 경험과 관련하여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책을 읽고 그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 지어 독후감을 쓰는 것을 학생들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해를 못 한다기보다 이렇게 독후감 쓰기를 잘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이 들어간 독후감을 쓰리고 하고, 학생들의 글을 읽어 보면 자신의 에피소드를 주절주절 열거하는 경우가 많다. 동생과 싸운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자신의 문제점 등을 열거하고 책 속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맞추어 쓰는 경우가 많다. 잘만 쓰면 굉장히 임팩트를 줄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의 에피소드를 주절주절 적다 보면 글의 흐름이 산만해질뿐더러 이런 에피소드를 책의 내용에 잘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폭이 좁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신데렐라 이야기에 자신의 엄마와의 이야기를 쓴다든지 흥부 놀부 이야기에 형제와의 갈등 등의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글이 다 그렇지만 누구나 하는 이야기를 해서는 독후감이 흥미를 잃는다.
독후감에 들어가는 경험이 꼭 실제로 경험하는 에피소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한 내용 깨달은 냉용도 충분히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또 실제 에피소드를 적더라도 간략하게 요약하고 책의 내용과 관련지어서 중요한 부분을 써야 한다.
고등학생 정도 되면 자신의 경험을 단순 에피소드를 넘어서서 쓸 수 있다. 흥부전을 쓸 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사회질서, 혹은 신분제도, 이상적인 사회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자신이 경험한 사건이나 보고 들은 것, 혹은 자신의 깨달음(?) 등을 쓰는 데 이때 주의할 것은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것은 그냥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을 부르지 못한다는 개그맨의 웃기면서도 슬픈 말을 들었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적고 나서 홍길동전을 통해 알게 된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모순과 이것이 소설에 어떻게 드러났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다)
도망 노비를 쫓는 드라마를 보다가 너무도 비참한 모습에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났다. 같은 인간인데 왜 노비와 주인이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의 문제 즉 신분 제도가 존재하는 사회의 모습이 충격이었다. (홍길동전에서 길동이 갖는 노비라는 신분은 어느 정도의 신분이었으며 이로 인한 길동의 좌절감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길동의 태도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우리 교실에는 몇 백만 원짜리 패딩을 입는 친구가 있다. 친구들은 부러워하기도 하고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나도 사실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중략) 얼마 전 손수레를 미는 할머니 뒤를 가게 되었는데 손수레를 밀어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기에 좀 창피하기도 해서 그냥 따라가다가 말았다. 집에 와서도 그 할머니의 낡은 패딩이 생각났다. 내가 친구의 몇 백만 원짜리 패딩을 부러워 했던 생각과 함께 할머니의 낡고 헤진 패딩을 생각하며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면서 부의 분배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얼마 후 홍길동을 읽고 나서 나는 문득 얼마 전 나의 생각이 떠올랐고 홍길동의 활빈당 활동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홍길동의 행동은 당시에 행할 수 있었던 부의 재분배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