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쓰기 9 - 때론 모방이 필요해

by 가을나무

나는 가끔 독후감 쓰기 수업을 하고도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한번 읽어 보라고 한다. 내가 독서나 토론 독후감 수업을 할 때 모둠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친구의 생각이나 작품으로 서로 간에 적잖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모둠에 글쓰기를 잘하는 학생이 한 명 있거나 창의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있으면 그 모둠의 아이들은 확실하게 다른 모둠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경험으로 보았다.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여러 편의 글을 보는 것보다 잘 쓰인 한 편의 독후감을 읽었을 때 어떻게 써야 하는지 깨달음이 오는 경우가 많다.


좋은 독후감을 읽고 자신도 그런 형식과 내용으로 말 그대로 비슷하게 한 번 써 보는 것이다. 모방을 잘하게 되면 읽은 작품의 쓰는 기법을 자신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는 자신만의 생각이 드러나는 자신이 구성한 작품을 쓸 수 있게 된다.


독후감은 고도의 두뇌활동이라고 한 적이 있다. 즉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여 요약하고, 책 속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해 파약하고 자가의 의도를 유추한다. 그리고 이것들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한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한 자신의 깨달음과 발전까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즉 사람마다 머릿속에 자기 나름의 독후감의 짜임과 구조를 갖는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 쓰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책을 읽게 되면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보이는 않는 자신만의 틀을 작동시켜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이 틀이 잘 갖춰진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잘 잡지 못하는 것은 그 틀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잘 갖춰진 틀에 의해 짜인 독후감을 읽게 되면 자신도 그와 비슷한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후감 쓰기가 어려울 때는 잘 쓰인 독후감을 읽게 되면 자신도 서서히 자신만의 틀에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처음 시작할 때 모방을 해 보면 자신도 모방한 글과 비슷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잘못하면 자신의 틀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모방은 처음 연습할 때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한 연습 단계에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방의 다음 단계인 자신의 창작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글을 쓸 수 없다.


또한 모방은 작품을 읽고 자신이 그와 비슷한 내용 짜임으로 쓰는 것이지 그대로 베끼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학교에서 패러디라는 형식으로 수업 시간이나 수행평가에도 많이 실행하고 있다. 모방은 모방으로 끝나고 결국은 자신의 생각이 드러난 자신만의 글이 좋은 작품인 것이다. 어디선가 언젠가 본 듯한 글은 결코 좋은 글로 인정받을 수 없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없다.


처음 쓰는 그 막막함을 벗어나도록 참조하고 또 그러한 형식이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모방이라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작품을 여러 번 필사하는 것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고 쓰다 보면 문장의 짜임을 스스로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 구조 속에 그러한 문장 쓰기를 입력하게 된다.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거의 모든 것들을 모든 것을 따라 하고 배우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 속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 따라 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이 단계가 지나면 창의성이 생기게 된다. 즉 자신의 생각의 구조 속에 자신만의 문장이나 글의 짜임 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흔히 창의성은 타고난 것이고 오롯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는데 뭐 몇 퍼센트의 천재나 영재들은 태어날 때부터 능력이 있어서 스스로 글을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많은 작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방 뒤에 창의성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내 말을 표절을 해도 된다는 말로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표절은 그저 그대로 베끼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서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하는 표절은 그것이 무엇이든 범죄행위이다. 먼저 그 글을 쓴 사람의 노력과 시간을 훔치고 그 결과물을 훔치는 것이고 학생의 경우 다른 친구들의 시간과 노력을 훔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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