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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18.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16. 두 번째 합격소식

다음 날 고요한 병실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도나는 할머니가 깨지 않게 얼른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모르는 번호였다. 도나는 평소에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지만, 취업준비 중이라 혹시 몰라서 전화받았다.

    

“여보세요?”


도나는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도나씨 맞나요?”

“네, 맞는데요?”


도나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여기는 ㅇㅇ공사인데요. 면접 관련해서 몇 가지 안내사항 전달 드리려고 전화했어요.”

“합격됐나요?”


도나는 믿기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


“네 서류전형 합격하셨어요.”

“흐어엉...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도나는 갑자기 기쁨의 눈물이 터졌다. 공사관계자는 갑자기 우는 도나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도나는 얼른 눈물을 닦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관계자는 괜찮다며 시험 일정과 함께 몇 가지 주의사항 전달 후 전화를 끊었다. 도나는 너무 기뻐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괜히 면접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더 크게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진주에게 바로 전화해서 기쁜 소식을 알렸다. 진주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도나는 일주일 후에 면접 보러 가야 한다며 진주에게 면접 가는 날 할머니 옆에 좀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진주는 당연히 자기가 할머니 곁에 있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도나는 진주에게 한 가지 더 부탁했다. 남은 일주일 동안 시간 되는 날마다 만나서 본인과 토론 면접 준비를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다. 진주는 이것 역시 매일 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도나는 그런 진주가 참 고맙고 미안했다. 얼른 본인이 잘 돼서 진주에게 버팀목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나는 진주와의 기분 좋은 통화를 마치고 병실로 들어왔다. 할머니가 잠에서 깨어있었다. 할머니는 어디 갔다 왔냐는 눈빛으로 도나를 바라봤다. 도나는 진주와 통화하고 왔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깜빡였다. 할머니가 언어 장애가 온 후로는 대답대신 두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도나는 할머니에게 음료수를 갖다 드리며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할머니는 말만 못 할 뿐 귀는 잘 들려서 도나의 말을 모두 알아들으셨다.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공책을 드리면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여주는 식으로 소통했다.



드디어 면접 날이 다가왔다. 도나는 면접 준비를 위해 오랜만에 집으로 갔다. 면접장소는 서울에 있었다. 근무지는 면접에 최종 합격하면 그때 희망 지역으로 발령받을 수 있었다. 도나는 집으로 가는 동안 면접 때 뭘 입고 갈지 고민했는데 집에 오니 깔끔하고 예쁜 검은색 정장과 셔츠가 세트로 옷장에 걸려있었다. 누군가 도나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보고 준비라도 한 듯 정장 밑에는 구두까지 갖춰져 있었다. 도나는 순간 너무 기뻐 본인도 모르게 돌고래 소리를 내며 방방 뛰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너무 감사했다. 그러다 문득 누가 이 옷을 준비해줬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그 순간에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도나는 진주에게 바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진짜!! 언제 이런   준비했어?”

“뭘?”

“옷 말이야. 모르는 척 하기는.”

무슨 ?”

“너가 아니라고? 그럼 누구지?”

난 아니야.  생각해봐. 혹시  펜션  할아버지 아니야?”

“설마...일단 알겠어. 다시 전화할게.”   

  

도나는 진주와의 통화를 마치고 바로 펜션집 할아버지에게 전화했다.


“그려, 도나야.”

“할아버지 혹시 저희 집에 정장이랑 구두 두고 가셨어요?”

“그래. 면접 본다면서? 너희 할머니가 부탁해서 할배는 심부름만 좀 했어. 어때 맘에 들어?”

할머니가요? 할머니  면접 보는거 모를텐데...?”

“모르긴 다 알고 있어. 할매가 너 통화하는 소리 다 들었댜. 넌 그냥 할머니가 사 준 옷 입고 면접만 잘 보고 오면 돼. 할매가 본인이 옷 사준 걸 너가 알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부탁했으니 모른 척 혀.”

“할아버지 감사해요. 말씀 하신대로 할머니에게는 비밀로 할께요. 정말 감사해요.”

“그려, 면접 잘 보고 오거라. 정장 주머니에 보면 면접에 붙으라고 엿 넣어놨으니 면접장 들어가기 전에 꼭 먹고 들어가거라. 이 할배가 응원한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면접 잘 보고 오겠습니다.”    

 

도나는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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