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국정원에 입소한 첫날부터 아침마다 틀어주는 애국가를 알람 삼아 일어났다. 애국가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각 방안에 울려 퍼졌다. 애국가 소리에 깨서 간단히 세안하고 나면 아침밥을 배식해 주는 시간이었다. 배식은 출입문 하단의 작은 구멍으로 배식해 줬다. 프리미엄 독방이라고나 할까. 밥을 다 먹으면 다시 식판을 수거하러 왔다. 나는 오늘도 조사받으러 가야 했기에 밥을 다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조사이지만, 생각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됐다. 잠시 후 식판을 거둬가고 안내자가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안내자와 함께 조사실로 향했다. 말 한마디 없이 안내자와 함께 긴 복도를 지나 조사실로 들어가자 오늘은 조사관이 먼저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조사관은 나의 표정을 살피며 상태를 확인했다. 내가 괜찮다고 하자 안도하는 눈치였다. 나는 반대편으로 가서 조사관과 마주 보고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조사관은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외할머니 집에 살다가 탈북은 어떻게 했어요?”
“엄마가 사람을 보내줬어요.”
“사람을 보내기 전에 연락은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래요?”
“제가 탈북하기 전에 개성 막내 이모 집에서 잠깐 지냈었어요. 그때 이모 집으로 연락이 왔어요. 엄마가 저를 찾는다고요.”
“그랬군요, 탈북할 때는 어느 지역으로 왔는지 기억나요?”
“회령으로 왔던 것 같아요. “
“강은 어떻게 건넜어요? 헤엄쳐서?”
“아니요, 걸어서요.”
“물이 안 깊었어요?”
“5월이라 그랬는진 몰래도 제가 건널 당시에는 물이 깊지 않았어요. 무릎 아래로 왔던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럼 엄마는 어디서 만났어요?”
“강 건너서 바로요. 엄마가 강까지 마중 나와있었 거든요.”
“위험할 텐데 어머님이 국경까지 마중 나온 걸 보면 소원씨를 많이 보고 싶었나 봐요.”
“그러게요. 저기 조사관님 혹시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건 어떻게 됐나요?”
“아직 위에서 결정 안 나서요. 아마 다음 조사 때는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조사관은 조금 난처하다는 말투로 서둘러 조사를 마쳤다. 나도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기에 다음 조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제발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삶은 내편이 되어줄 거라고, 의심하고 부정하기보다 그저 믿어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