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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Feb 17. 2020

인생의 멘토를 만나다.

진심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편지가 닿아

쓸쓸하고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였다. 경찰 정복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 치열하게 살았다.

13시간 이상의 시험공부와 2시간의 체력 운동을 매일 같이 병행하였다. 속으로 진작 이렇게 공부했었으면 서울대학교도 갈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만큼 인생에서 목숨 걸고 열심히 공부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운이 좋게도 그해 시험은 총 3번의 필기시험이 주어졌다. 직감적으로 1년 안에는 꼭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들여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공부에도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수험기간은 개인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2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공부를 한다. 우선 1년 안에 합격하자는 목표를 잡았다.      



1차 시험에서는 평균 50점을 맞았다.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몇 개월 후, 2차 시험에서 평균 70점을 맞았다. 아쉽게도 불합격이었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3차 시험에서는 합격할 수 있겠다는 강한 자신감이 들었다. 드디어 3차 시험을 보았고 점수는 평균 90점이었다.

1년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체력시험부터 면접시험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였다. 이제는 최종 결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깜깜하고 어두운 곳, 스탠드 불빛만을 비추고 있는 독서실 안에서 가끔 ‘내가 무얼 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혹여나 들릴세 꺼억꺼억 혼자 눈물을 흘릴 때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준 영상을 보곤 했는데 일명 ‘호통판사’, ‘비행청소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천종호 판사님께서 소년범들을 재판하실 때의 모습과 인터뷰 영상이었다.

천종호 판사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날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바로, tvn <리틀 빅 히어로>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소년범은 자신의 부모님 앞에서 편지를 낭독한다.



어머니 눈에 눈물 보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픈 가슴 더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엄마, 아빠 이혼할 때 내가 말렸더라면 조금 더 설득했더라면 이혼하지 않았을 텐데.”

     


아들이 쓴 편지를 듣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 부모로서 성숙하고 참다운 사랑을 주지 못한 죄책감 등 참회의 눈물을 쉼 없이 흘리고 있다.      

한 소년범은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이에 천종호 판사님은 말한다.



“어머님,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열 번 크게 해 봐.”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어머님,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크게 외칠수록 자신도 모르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다.

판사님께서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시키는 이유는 반복으로 인해서 말이 밖으로 도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정신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하시며 울음이라는 것은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어머님, 아버님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를 10번 외친 소년은 결국 자신을 낳아 길러준 아버지와 깊은 포옹을 하며 그동안 쌓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불신, 미움을 다 내려놓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 판사님의 업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는 1호 처분을 받은 보호 청소년 중 부모들이 보살피기 어렵거나 다시 돌아갈 가정이 없을 경우, 대안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있다. 경남, 부산 등 전국에 20개소가 있으며 실제로 회복센터를 통해 아이들이 회복되고 재비행률도 절반 가까이 감소되었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참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흔히 ‘판사님’이라고 한다면 수많은 서류를 보며 법정에서 첫 소년범들을 대면하고 아주 신속하 근엄하무겁게 판결을 내리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즉, 판사님은 곧 고귀하고 무겁고 진지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소년범들을 위해 마음을 다해 사랑으로 재판하시며 그들진정한 삶회복할  수 있게 직접 발로 뛰시는 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나 자신이 이루고픈 경찰관을 확립할 수 있었고 천종호 판사님과 같은 공직자가 되어야겠다는 강한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문득, 판사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라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진심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요라고 생각한다.

판사님을 향한 존경의 마음과 나 또한 그러한 공직자가 되겠다며 꼭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판사님께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힘을 드리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판사라는 직위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쉼 없이  일을 하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한 글자, 한 글자 용기 내어 편지를 써 내려갔다. 비록 답장이 오지 않더라도 받아보실 수만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인가.

온 마음을 다해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최종 결과를 앞두고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택배가 도착해서 상자를 열어봤더니 바로! 천종호 판사님의 답장이었다.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감사함과 감동 눈물이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답장을 해주시며 귀한 책 세 권을 선물로 주셨던 것이다.

어쩌면 낮은 자의 이야기를 더 낮은 자가 되셔서 귀담아 들어주시고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듯했다.

지금도 그 문구를 찍어 늘 간직하고 다닌다. 힘이 들 때, 초심을 잃어버리려고 할 때 천종호 판사님이 직접 적어주신 글귀를 본다. 그리곤 다시 마음을 잡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항상 그 자리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절박한 마음으로 존재한다고.

언젠가 다시 만날 판사님께 당당한 경찰관으로서  인사드릴 그 날을 위해 지금도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판사님의 응원 덕분에 최종 합격이라는 큰 선물이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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