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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Feb 10. 2020

길고도 험난한 길을 향해

뮤지컬배우에서 경찰수험생으로

1년 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련 없이 고향인 부산으로 와서 경찰 공부를 시작하였다. 시내에 위치한 학원을 등록하고 한 손으로 쥐기 힘든 두꺼운 책들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럴수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다시 힘을 내서 뛰어가야 할 때라고.          




순경 공채 시험은 총 5단계의 과정이 있다.

첫 번째는 필기시험이다. 총 5개 과목으로 영어, 한국사는 필수과목이며  형법, 형소법, 경찰학,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중 3가지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형법, 형소법, 경찰학개론을 많이 선택한다. 실무에서는 이 세 과목을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경찰시험 과목 개편 행정예고안에서는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헌법이 도입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신체검사이다. 체격, 시력, 색신, 청력, 혈압, 사시, 문신을 검사하고 일정 기준의 신체조건에 부합하는지 검사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체력시험이다.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 좌우 악력,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총 5개 종목이다. 어느 하나의 종목에서 1점을 취득하거나 총점이 19점 이하인 경우에는 불합격 처리가 된다.

네 번째는 적성검사이다. 성격과 인재상, 경찰윤리 등에 대한 내용을 검사한다.

다섯 번째는 면접시험이다. 면접위원들과 직접 마주 보며 질의에 응답하는 시험이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으므로 예상 질문들과 태도 및 말투, 표정 등을 연습해야 한다.          

총 5가지의 과정을 통과하면 바로 경찰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종 합격자는 중앙경찰학교에서 10개월 동안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그 이후 1년의 시보기간을 거쳐야 국가 경찰관으로 정식 임용을 받는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임용받기까지는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1종 면허가 있어야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럼 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진득하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눈 앞이 깜깜했다. 아주 다행인 것은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기를 좋아하여 일찍부터 영어공부를 조금씩 해왔던 점이다. 그래서 다시 영어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무대를 서기 위해 매일마다 신체 훈련하며 트레이닝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책과 엉덩이의 싸움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과 사투를 벌이느냐가 관건인 것.           

자주 만났던 친구들에게도 경찰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하며 만남의 횟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자주 만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원하는 꿈과 멀어진다는 생각에 꾹 참고 공부에 열중하였다.

매일 13시간씩 공부했다. 점심, 저녁에는 책을 보며 3500원짜리 도시락으로 혼밥 했다. 가끔 함께 공부를 한 동생, 언니들과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언젠가 우리도 당당한 경찰관이 되어있을 거라고 서로 응원하며 위로해주는 그 시간들이 참으로 그립다.      




항상 어떤 목표가 생기면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나는 어떤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가? 왜? 무엇을 위해?’ 이 질문을 항상 마음속으로 되물었다.

나에겐 직업이란 '자아의 본질을 형성해주는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소개받거나 소개할 때 이름과 나이, 소속을 밝힌다. 그리고 직업을 밝힌다.

즉, 직업을 소개할 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요소 이기도하다. 

꿈이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는 한국사의 별 최태성 선생님 말씀처럼 나는 왜 많고 많은 직업 중경찰관을 택했으며 앞으로 어떤 경찰관이 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미뤘던 답안지를 제출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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