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퇴근길, 남편과의 통화 주제는 대개 비슷하다.
오늘 저녁엔 뭘 먹을지.
보통은 먹고 싶은 메뉴 두 가지를 추려
마지막 선택만 남겨두곤 한다.
그런데 원래는 비등비등했던 두 메뉴도
남편이 하나를 고르는 순간
이상하게 다른 쪽이 더 간절해진다.
그렇다고 답정너가 되기는 싫어서
변심을 숨긴 채
이미 마음이 떠난 메뉴를 먹는 날도 꽤 있다.
새해 메뉴도 그랬다.
새해엔 떡국이 국룰이니까,
평소 떡국을 좋아하면서도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별로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가래떡을 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웃인 친구가 가래떡을 나눠줬다.
그럼 또 말이 다르지.
일부러 챙겨준 친구가 고맙기도 했고,
여기저기 올라오는 떡국 사진에
괜히 나도 한 번쯤 합류해야 할 것 같아서
올해 첫날에는 떡국을 끓였다.
진하고 따뜻한 국물에
쫀득한 떡, 비비고 만두,
파 송송, 곱게 썬 지단까지.
막상 끓이고 나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메뉴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날에 정해진 음식을 챙겨 먹는 일에는
생각보다 묘한 만족감이 있었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의 비하인드를 캐고 파는 걸 좋아하는
내 성향을 생각하면,
절기 음식의 유래나 의미에도
진작 흥미를 느꼈을 법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식 앞에서만큼은 늘 조금 삐딱했다.
이번 떡국을 끓이고 나서야
정해진 음식을 챙겨 먹는 일이
생각보다 꽤 괜찮다는 걸 알았다.
내년엔 내가 먼저 가래떡을 준비해
친구에게 건네주고 싶다.
먹으라고 하면 더 먹기 싫어지는 사람인데도,
누군가 챙겨준 마음이 더해진 음식은
또 끓이게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