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경주이야기
6.
경주는 정신의학과 진료실 앞에 앉아있다. 개편을 앞두고 동료들 간에 의견 다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도 상대방들의 눈치를 보았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만큼 커피를 마셨다. 밥도 먹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며칠이 사니 눈은 간신히 떠 있고 몸은 붓기 시작했다. 그날도 커피를 사러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선배가 다가왔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경주야, 잘 지내지?”
인사치레로 밥은 먹었느냐는 등의 말은 자주 오고 간다. 그런데 잘 사느냐는 말은 신박하다.더욱이 경주에게 말을 건넨 선배는 일 외에는 사적이 질문을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공과사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 여겼다. 의외의 질문에 경주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적어도 속으로는 무례한 사람을 욕해도 되는데 그것조차 남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자신이 힘들었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경주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염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늦어지면 오롯한 자신으로 살아볼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정신의학과에 스스로 찾아왔다. 대기하는 시간이 고작 5분이 지났을 뿐인데 곱절은 지난 듯하다. 그의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 문이 열린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의사는 경주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