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끼손가락
5.
한마디로 나를 표현하자면, 귀여움이다. 영원한 막내. 키는 가장 작지만 스스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약속할 때, 새끼손가락인 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체온을 나누는 일이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시하는 오늘을 많이 기다렸다. 바로 운동회날. 바쁜 부모님이 이날은 무조건 오기로 약속을 했다. 교실 창밖으로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간 약속이 불발된 경험이 있던 터라 설마라는 불안감이 있지만 초등학생이 된 후 첫 운동회이기에 시하는 올 것이라 믿고 있다. 선생님의 통솔에 따라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였다. 두 팔을 뻗어 앞으로 나란히를 하던 시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팔을 내릴 새도 없이 뒤돌았다. 뒤에 있는 친구의 어깨를 쳤고 “아” 라는 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 계신다. 조부모님은 엄마 아빠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친절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시하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하던 때, 시하의 팔에 어깨를 맞은 친구는 사과 하지 않는 그에게 화를 냈다. 시하는 애써 당황함을 감추며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다. 신나는 음악과 활기찬 목소리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시하는 눈물이 났다. 어깨를 맞은 친구도 재밌게 운동회를 즐기고 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부모님은 항상 하나뿐인 딸에게 중요한 날에 일이 생긴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부, 고모들이 돌아가면서 대신 함께하고 있지만 시하는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맞는 운동회라며 부모님이 먼저 오겠다고 했는데 너무하다. 시하는 눈물이 차 그냥 고개만 들 뿐이다.
“ 김시하, 넌 초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