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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Mar 27. 2022

옆에서 보니까.

4. 반지 손가락 

4.     

 호화롭다. 그래, 이제는 누려야지. 이렇게 좋은 보석도 껴봐야지. 나를 감싸는 이 빛나는 캐럿의 모습을 보라. 영롱하여라. 누군가와 미래를 약속할 때 징표로 쓰이는 반지는 항상 네 번째 손가락인 내가 담당한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보석의 아름다움만큼 사랑이 뒤따르는가.      


 영호는 빨간불에 정차했다. 핸들 위에 올려진 손에 눈길이 갔다.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반지에 그는 눈길을 떼지 못한다. 무슨 생각일까. 차 신호가 바뀌자마자 전화가 왔다. 선영이다. 영호와 곧 결혼할 사람. 낭랑하고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호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선 자리에서 만난 그들은 모두 전문직에 집안도 좋다. 선영은 영호의 신중함과 나긋함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 들이댔고 어느새 연인이 되었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이와 달리 영호는 선영에게 별다른 감흥이 없다. 자신보다 더 좋아 해주는 모습에 고마울 뿐이다. 딱 거기까지다. 전화를 끝내고 메시지 알림이 뜬다. 별 모양으로 저장된 번호. 전화를 바라는 콜키퍼 메시지다. 사실 영호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동성(同姓)이다. 살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고 외면하려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이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떨림과 이별의 아픔도 맛보았다. 영호의 차는 사거리에 빨간 신호를 받고 다시 정차했다.     


  “ 영호야, 무슨 생각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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