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운뎃 손가락
3.
센터, 즉 중앙자리는 단연 나를 위해 존재한다. 자부심에 어울리는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꼿꼿하고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남에게 욕하는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애를 썼을까. 자괴감이 들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재원은 조용하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부정적인 말을 전하지는 않는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조용하고 굳이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성 바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그는 중학생이라는 점. 여전히 철이 없어야 하는 때인데 너무 참는다는 것. 그래서일까 재원은 허세 가득한 찌질이, 일진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놀림감이었다. 그날은 책상에 올려둔 재원의 책이 그들에 의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정말 참을 수 없어서 소리를 냈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큰소리를 내보지를 않았기에 얇디 얇은 외침만 있었을 뿐. 비웃는 그들에게 벌게진 얼굴의 재원은 위압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소리가 울렸고 얼마 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열쇠로 문을 여니 문에 달린 종소리가 들린다. 안방으로 가니 침대에 할아버지가 누워계신다.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고 수건을 물기를 닦으며 나오는 아빠를 보았다. 치매 판정을 받고 할아버지는 재원의 집으로 와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햇수로는 4년 7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벌이가 좀 더 괜찮았던 엄마가 오롯이 경제활동을 담당했다. 본업뿐만 아니라 부업까지. 그리고 아빠는 365일 24시간 내내 할아버지 옆에서 간병을 했다. 부모님이 초췌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하나뿐인 아들 재원이는 속내를 숨기고 항상 미소로 대했다. 아빠는 아들의 일상을 듣고 싶지만 할아버지의 호출벨에 황급히 뛰어들어간다. 재원은 오늘도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재원아, 성질은 내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