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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Mar 27. 2022

옆에서 보니까.

1. 엄지손가락 


1.

 오늘도 흔들린다.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고 움직인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지만 사실 오더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다. 도장 찍을 때, 최고라는 의미 등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만 할 수는 없다. 하나를 짚어보자면 음, 입술과 만남. 아. 이것이 엄지손가락의 숙명인가.      

 

 경주는 버릇이 있다. 습관적으로 입술에 손을 물어뜯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된 습관이다. 나의 소중한 머리를 자꾸 물어뜯어 한껏 짜증 난다. 맨들해진 손가락 위를 보면 친구들은 빛이 난다며 놀린다. 진심 별로다. 좋다는 크림, 새살이 돋아나는 크림을 바르면 뭐하나. 입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은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지만 옆에서 경주를 보면 짠하다. 그의 이력을 조금 읊어보자면 지상파 프로듀서다. 그것도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공채를 통해 방송국에 입사했다. 취업하면 머리가 덜 빠지겠지 했는데, 웬걸 두 배로 더 심해졌다. 경주도 문제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항상 “ 정신의학과”를 검색 한다. 몇 년 전, 용기를 가지고 예약까지 잡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취소했다.     


  경주는 큰소리에 자주 놀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에서 기인했으리라. 밖에서는 좋은 사람인 모친은 집에만 들어오면 성질을 부렸다. 자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폭언을 해댔다. 부친은 밖에서도 안에서도 굳이 나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모친의 횡포가 심해지지만 부친은 막거나 중재하지 않았다. 배우자를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식에게는 방관의 핑계일 뿐이다. 폭주하는 기관차와 온전히 부딪히며 경주는 티 나지 않는 상처가 많이 생겼다. 큰소리가 나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면 괜스레 손이 떨리고 잘못한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진다. 타인의 질타를 받지 않을 방법도 덤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경주는 사리 분별이 없는 아이는 아니다. 말해야 하는 순간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나 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그만큼 나의 머리도 남아나지 않는다. 경주는 취업만 하면 집에서 독립해서 혼자 살며 스스로 돌아보리라 마음먹었다. 상상은 현실이 되고도 여전히 어려운 모양이다. 고민하는 경주에게 말하고 싶다.      


“이경주, 이제 움츠러들지 말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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