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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Mar 27. 2022

옆에서 보니까.

2. 집게 손가락 

2.      

 ‘끼여있다.’ 두 세가지 물체 사이에 놓여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당신은 이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적어도 두 번째라는 말은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리라. 두 번째 손가락인 나는 스스로 특징이 없다고 여기고 산다. 제일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다. 중앙 자리에 있는 것도 지장과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일까, 항상 고민했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석주는 글을 쓴다. 책이 좋아서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세상에는 글 천재들이 많다. 대학 졸업 즈음 생계로 돈을 벌어야 했고 최대한 글과 관련된 업들을 찾았다. 방송 작가, 논술 학원 선생님도 해보았다. 출판사에 작가들과 협업하는 일도 잠깐 했었다. 행정업무와 출판 관리 그 중간 어디였다. 옆에서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니 석주의 열등감은 더해졌다. 작가가 쓴 글을 함부로 판단하고 폄훼했다.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았다. 해고라는 결과를 맞이하며 그건 석주만의 착각임을 알았다. 


 같이 작가들이 공통으로 말했다. 석주는 너무 부정적이고 주관적인 피드백이 많다고. 처음에는 열심히 들었는데 한도 끝도 없는 요구에 출판사와의 계약까지 재고하는 작가도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석주는 자신이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여긴다. 씩씩거리며 회사 짐을 정리해서 나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석주는 보란 듯이 자신의 글을 써 세상에 보이리라 마음먹었다. 문제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오로지 문학상을 받는 입신양명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고 오늘은 꽤 명망 있는 문학상의 수상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다. 석주는 이번에는 신박한 작품을 썼다고 자부했다. 참신한 주제에 허를 찌르는 인물 설정을 가미했으니 입상 기대도 한껏 올라갔다. 자신감인지 오만인지 알 수 없는 석주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스크롤을 내리며 자신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지만 그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 석주야, 괜찮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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