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네나그네 Mar 27. 2022

옆에서 보니까.

7. 석주이야기 

7.      

 석주는 침대와 한몸이 되었다. 이번에도 왜 안 되었을까. 그동안 글을 쓰기 위해 보고 들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이가 들기 전에 번지르르한 타이틀을 가져야 하는데. 조급해진다. 마음과 다르게 몸은 익숙하게 휴대전화를 켜고 유튜브에 들어갔다. 위로의 말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썼다. ‘ 당신은 잘 해왔습니다. ’ , ‘ 끝이 아닌 이제 시작 ’ 등 듣기 좋은 말이 담긴 영상이 끝도 없이 나왔다.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다. 마음에 딱 들어맞는 영상을 찾으려 계속 내렸다. 눈길이 가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 위로로 도망가지 마라 ”      

 

 도망이라는 말에 선택했다. 마주보기 힘들지만 오롯이 마주 보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 기분이 나빠 바로 껐다. 그러나 며칠 동안 석주는 알 수 없는 찝찝함에 벗어날 수 없었다. 얼마 전에 봤던 불쾌한 기분을 선사한 영상을 다시 켰다. 뚱한 표정으로 뚫어져라보았다. 그러다 실수로 휴대전화 잠금 버튼을 눌렀고 이내 검은 화면이 나타났다. 석주의 얼굴을 온전히 비추는. 그는 그제야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미간은 찌푸려지고 입꼬리는 비웃듯이 한쪽만 올라가 있다. 언제부터 이런 표정으로 살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추측건대 바 상당히 오랜 기간 이 모습으로 살았다는 것.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그는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멋들어진 이름을 얻기 위해 나를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꺼이꺼이 눈물을 쏟아냈다. 영상 끝에 보았던 자막이 생각났다. “ 다시 시작하는 방법은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석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다. 창의적으로 글을 쓴다고 칭찬을 받고 살았기에 더욱 그랬다. 살면서 자신 역시 평범한 존재지만 스스로 우상화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그 고통은 온전히 석주에게 갔다. 장신구는 언젠가는 몸에서 풀어야 한다. 꾸미지 않은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나를 둘러싼 것들이 사라져도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다.      

이전 06화 옆에서 보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