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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Mar 27. 2022

옆에서 보니까.

9. 영호이야기 

9.     

 영호는 선영을 기다리고 있다. 선영이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그렇지만 잘 못먹는다. 남들에 비해 소량의 카페인에도 심장이 두배로 뛰고 그날 밤에 잠은 자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커피를 좋아한다. 언젠가 영호는 이유를 물어본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 그냥 ” 


 천진난만하게 웃으면 말하던 선영의 모습이 떠올라 영호는 미소를 지었다. 일정한 리듬감의 발소리라 들리고 선영의 얼굴이 보인다. 영호는 손을 들어 그를 반긴다. 오늘은 말을 해야한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항상 선영이는 기다렸다. 서로 바빴지만 선영이는 시간을 쪼개서 영호에게 할애했다. 반대로 영화는 시간을 쪼개서 선영이와 거리를 두고 일부러 늦게 가고 했다. 이러니 선영은 자신을 기다리는 영호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앉자마자 오늘 있었던 일을 쏟아냈다. 때로는 상황극을 해가며 자신의 코멘트를 달아가며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영이가 좋아하는 카페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거리를 걸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단풍은 길을 가득 메웠다. 빈 벤치에 앉아 영호는 선영을 바라보았다.      


 영호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선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의 성(性) 정체성에 대해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의외로 선영은 담담했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선으로 만나 자신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고 혹은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다 둘이 같이 잠을 잘 때 알았다. 이 사람은 같은 성을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선영에게 영호는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왜 좋아하고 배려했고 결혼까지 하려했는지. 선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 그냥” 

     

 선영은 영호를 그냥 좋아했다. 자신의 몸에 받지도 않는 커피를 그냥 좋아하는 것처럼. 선영은 오롯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영호도 그냥 좋아했다. 선영은 모른척 해줄 수 있었다며, 아까운 기회 놓친거라고 애써 농담을 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살기를, 때로는 그 생각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바스락거리는 단풍 소리를 내며 걷는 사람들 사이 그들은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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