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어때? 수습할 내가 있잖아!
나는 실수하는 것이 두려웠다. 한번 한 실수는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수를 안 하려고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실수를 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을 망치고 싶지 않아.
실수하지 않으면서까지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이란 무엇일까?
1. 일에 대한 결과를 망치고 싶지 않아!
내가 M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M사가 첫 알바여서 엄청 긴장했다. 처음에 일도 잘 못하니까 더 긴장했다. 그리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는 그릴 파트를 맡아서 제조하는 것을 맡았는데, 만들다가 소스를 뒤엎어 버렸다. 안 그래도 바쁜 런치타임에 소스를 뒤엎어서 주방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찔했다. 이렇게 실수하지 않아도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데, 실수까지 해버리니 정말 암담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의외였다. 물론, 한숨 소리와 질타를 받긴 했지만, 생각보다 다들 덤덤했다. 같이 일하던 분이 옆에서 내게 그런 말을 하더라. "얼른 치우면 돼." 그때 알았다. 사람들은 내가 실수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얼른 치웠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나와 같이 일을 하던 중에 내가 했던 실수를 그대로 하더라. '내가 그때 했던 실수는 처음 일하는 사람이 흔하게 하는 실수였구나.' 그리고 "얼른 치우면 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냐 안했냐가 아니더라. 실수한 후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이다. 어리바리하다가는 실수의 꼬리를 물게 된다.
그전까지는 실수 자체를 두려워했다. 실수는 되돌릴 수 없고,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달리, 실수는 되돌릴 수 있다. 중요한 일을 그르칠만한 일은 초보자인 내게 맡기지 않는다. 내가 하는 실수는 내 선에서, 내 주변에서 처리해줄 수 있을 만큼의 실수다.
그리고 실수는 하면 할수록 해결이 쉬워진다. 처음에는 소스를 엎고 그것을 닦아내는데 꽤 시간이 들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하고 두 번째 똑같은 실수를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니까 실수 해결이 빨라졌다. 그리고 세 번째부터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실수를 겪으면서 얻은 경험으로 실수를 예상했다.
실수는 해볼수록 해결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렇다면, 실수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2. 기분을 망칠까 봐 두려워!
실수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물 중 기분이 있다. 좋았던 기분이 실수 한 번에 가버린다. 예를 들면 이렇다.
테이크 아웃한 음료를 뒤엎는 경우. 나의 경우, 이럴 때
웃어넘겨. - <나 혼자 산다> 자막 중
를 추구한다. 이미 엎어진 음료는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회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그냥 웃어넘긴다. 일단 웃기 시작하면 기분이 오히려 좋아진다.
그런데 만약 나와 함께 걷던 상대방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고, 상대가 너무 아쉬워한다면? 새로운 음료를 사러 간다. 이게 전부다. 웃다 보면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더라.
실수는 안 하는 것보다 해결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실수하다 보면, 실수 자체가 경험이 되고, 비슷한 다음 실수에서 그 경험을 사용할 수 있다. 요즘에는 실수를 해도 웃어넘기게 되더라.
바로 어제도 주문을 받던 중에 사장님 음료를 엎어버렸다. 우리는 웃어넘겼고, 내 손은 재빠르게 그것을 닦았다. 이런 반응 역시 이전 사장님 음료를 엎었던 실수에서 얻어낸 경험 덕분이다. 나는 다음 근무 때 또다시 사장님 음료를 엎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때 또 웃어넘기고 닦아내겠지.
내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실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덕분에 든든하다.
수습 가능한 실수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