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경력의 집밥 최 선생
집밥이 먹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거나,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집밥을 꼽는다. 집밥은 음식의 종류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가정식을 이루는 말이다.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집밥이요.
허. 참. 엄마 없는 사람은 집밥도 없는 것일까? 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아버지와 살고 있다. 사실 두 분 다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밥이랄 것도 없었다. 이혼하신 후에는 가정 형편도 안 좋아져서 아버지는 하루 종일 일을 하셨다. 일이 무척 고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직접 밥을 해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스턴트 위주였다. 간단하게 전자레인지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을 주로 먹었고, 나아가서는 달걀 프라이나 구운 소시지 정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먹고살았다. 그러다가 집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도대체 집밥이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집밥은 무엇이길래. 엄마가 해준 집밥이라는 것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 상상을 많이 했다.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들과 어우러지는 상차림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먹어본 음식 중에 맛있었던 것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서 시판 소스의 힘을 빌렸다. 조미료도 많이 넣었다. 집밥의 의미보다는 맛을 찾아갔다. '이렇게 하면 더 맛있네?' 각종 팁들을 주웠다. 에세이 분야의 책에서도 그들의 팁들을 많이 주웠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레시피도 많이 찾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었다.
라면에 파를 넣기 시작하면서, 시원한 국물의 맛을 깨달았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다 먹고 볶아먹는 볶음밥이 너무 좋아서 그 비법을 찾다가 김치볶음밥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오므라이스도 너무 좋아한다.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오므라이스 만드는 장면이 있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너무 맛있다.
카페에 갔는데 프렌치토스트가 너무 맛있더라. 문득 든 생각이 빵이 맛있으면 프렌치토스트도 맛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맛있는 효모빵을 가지고 만들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버지가 식당을 하시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네 식당 팁으로 달걀말이 만드는 방법을 습득했다.
이외에도 많은 요리를 했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단연 미역국이다. 가족들 생일날마다 끓이고, 미역국을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질리도록 끓였다. 정말 자신 있게 잘하는 요리다.
여러 번의 요리를 거치면서 재료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요리하기 쉽도록 재료도 정리하고, 장보는 것도 꼭 필요한 것만 샀다. 그리고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원재료 위주로 구매해서 장보는 비용도 많이 절감했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이런 문장을 보게 되었다. 어디에서 봤는지를 메모해놓지 않아서 쓸까 말까 망설였다. 그럼에도 써본다.(추측은 영화 <맘마미아>다.)
아빠를 찾아야 자아를 찾는 게 아냐. 네 자아를 찾아야지.
나에게 이 대사는 이렇게 다가왔다.
엄마가 없다고 집밥이 없는 건 아니야.
'엄마의 집밥’이라는 보편화된 이유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요리를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양성평등이니까 곧 아빠가 만들어준 집밥이 더 먹고 싶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렇다.
내 고정관념을 깼다. 엄마가 없어서 집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의 존재 여부가 집밥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집밥이 없다면, 내가 만들어가도 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나에게는 엄마의 집밥 말고도 많은 집밥들이 있다. 아버지의 달걀 장조림, 할머니의 김부각, 배우 하정우 님의 미역국, 고고잉씨의 달걀말이, 어떤 블로거분의 잡채, 유튜버 하루한끼님의 어묵볶음이 그것이다. 집밥이 좋다. 하얀 쌀밥에 그들의 정성을 함께 더해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그래서 나는 집밥 최 선생이 되었다. 맛있는 쌀밥과 반찬들을 어우러지게 먹고 싶어서. 그리고 숱하게 요리하다가 깨달은 것인데, 내 손에서는 맛있는 기름이 나오나 보다. 나름의 손맛이 있더라. 내일은 또 뭘 해 먹을까나. 그게 뭐든 맛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