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에 처음으로 명품을 소비했다.

이게 더 낫지? 그럴 줄 알았어.

by 찌양

20살에 알바를 시작했고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에 소비를 통제했다. 물론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명품을 사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돈으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년 좀 넘게 일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퇴사를 했다. 그리고 퇴직금을 받았다.


문득 명품을 사보고 싶어 졌다. 퇴직금 중 일부를 내가 사고 싶었던 값비싼 것을 소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명품을 소비해봤다.



작고 작은 메종 마르지엘라 카드지갑이다. 홈페이지에서 직구했는데 관세나 이런저런 것들이 붙어서 35만 원 정도에 구매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sustainable leather라는 점이다. 나름 명품이기도 하고 sustainable leather이기도 하고 원하던 카드 슬롯 형식에 심플해서 구매했다.


구매해서 써 본 결과,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한 부분을 표현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명품도 그렇게까지 부질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을 과시하기 위해서 구매하는 것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돈을 과시하고 싶다면 차라리 현금으로 5만 원권 7장을 접어서 고무줄로 묶고 그 사이에 카드를 넣어 다니는 것이 돈이 더 많아 보인다.



어떤 인터뷰에서 마케터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를 한다면, 자신의 취향을 찾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즉, 비싼 것도 소비해봐야 취향 찾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인 이유로 취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명품을 소비해봄으로써, 내가 가격을 이유로 포기한 취향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이유로 취향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


소비도 하나의 경험이다. 당장 돈을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돈을 이유로 취향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나의 소비에 대한 가치관은


당장 맛있는 것을 먹고, 당장 좋은 것을 소비하자는 것이다.


비싸고 양이 적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비싸더라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당장은 그게 전부다. 명품을 한번 구매해본 덕분에 소비에 대해서 과감해질 수 있었다. 돈이 아니라 취향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너무 돈을 막 쓴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난 이게 좋다. 이렇게 소비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밥, 맛있는 커피 그리고 함께하는 친구들. 지금 이런 소비를 경험해봐서 정말 다행이다. 아아, 내일 먹을 피자가 기대된다. 내일 마실 커피가 기대된다. 덕분에 나는 내일도 행복하겠다.



이게 더 낫지? 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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