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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05. 2023

병원의 연속

우여곡절 정신병원 찾기

*자살과 자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료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진료가 너무 급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집 앞에 제일 가까운, 예약이 빨리 되는 병원으로 갔다. 의사도 간호사도 진료 방식도 다 맘에 안 들었지만, 정신과가 처음이었기에 다 이런 줄 알았다. 정신과가 처음인 15살 나에게 의사는 뭐가 힘들어서 왔냐고 물어봤고, 그 옆자리엔 엄마가 있었다. 엄마 앞에서 자살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자해를 자꾸 해서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런 게 정신과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약인지도 모른 채 받아왔다. 먹기가 싫었다. 아무 설명도 없이 먹으라는 약은 독약 같았다. 근데 그냥 눈 딱 감고 먹었다. 안 먹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이거라도 먹으면 살지 않을까 해서 먹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일주일이 지났다. 나에게 달라진 건 없었다. 정신과 약은 대부분 1달 정도 먹어야 효과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설명을 못 들은 채 받은 약이었다. 그래서 난 그냥 약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많은 검사들을 했다. 종합심리검사까지 받고 지능검사까지 했다. 이걸 왜 한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렇게 이 병원을 몇 달을 다녔다. 워낙 몇 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간이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병원에 가는 게 너무 스트레스가 되고, 우울증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새로운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 좋은 병원을 찾고 싶어 검색을 진짜 많이 했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좋아 보이는 곳은 다 캡처해 놨던 것 같다. 사진은 50장 정도, 전화도 다섯 군데 정도 해본 것 같다. 그때는 정말 간절했다. 영상도 막 찾아봤는데 결국 병원은 가까운 곳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우리 집 근처의 병원으로 간추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예약을 하고 찾아간 두 번째 병원. 첫인상은 좋았다. 병원도 깔끔했고, 약도 원내처방에다 검사실, 상담실이 다 따로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맘에 쏙 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했기에 꾸준히 다녔다. 생각해 보면 그때 선생님께 제일 솔직했던 것 같다. 증상도 그때가 제일 심각했다. 약을 하루에 3번이나 먹었었다. 거기다가 필요시 약까지. 하루에 1번은 먹었기에 하루동안 4번이나 약 먹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공황장애가 너무 심했고, 신체화 증상도 너무 심해서 약으로 겨우 버티며 살았다. 학교에서도 물 없이 필요시 약 그냥 삼키고 그랬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학교에선 너무 괴로웠지만,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었지만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꾹 참고 무사히 졸업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감사하다.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버틴 나에게, 버티게 해 준 사람들에게.


이 두 번째 병원은 다니면서 대학병원도 같이 다녔다. 내 상태가 워낙 심각했기에 입원 치료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학병원은 서울대와 고대 병원에 갔었는데 난 둘 다 좋았다. 근데 너무 멀기도 하고 계속 다니기엔 부담스럽고 너무 입원 치료만 권하길래 초진으로 끝났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내가 자살시도로 응급실 실려갔을 때에 병원으로 다니기로 했다. 근데 개인병원과 대학병원을 동시에 다닌다는 것은 매우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매 진료마다 처방전이나 진료 기록지를 떼다가 제출해야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기에 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때 학교를 밥먹듯이 빠졌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도 나아야 한다는 생각과 나아질 거란 희망만을 붙들고 약도 열심히 먹고 진료도 열심히 받은 것 같다. 과거의 내가 대단하다.


아, 좋은 병원 찾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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