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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09. 2023

첫 응급실 이야기

두 번째 자살시도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을 먹었다. 그것도 꽤 많이.

나의 두 번째 자살 시도였고, 더 많이 아팠다. 사실 원래 약으로 죽으려던 건 아니었다. 많이 힘들었기에 확실하게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떨어지기로 결심했다. 근데 무서웠다. 많이 많이 무서웠다. 6시부터 창문 앞에 서있던 나는 6시 30분이 될 때 까지도 죽지 못했다. ‘저 아래 있는 사람이 나를 보면 어쩌나, 저 밑에 차가 날 신고하면 어쩌지?’라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죽는 것을 미뤘다. 무서워서 주저앉아있는데 앞으로 살아가는 게 더 힘들고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딱 6시 50분에 죽기로 결심했다.


50분이 되었다.


아직 난 살아있었다. 난간을 5번쯤 넘어갔다 왔다 한 것 같다. 7시쯤 두 발이 모두 넘어가고, 손만 놓으면 떨어질 수 있는 상태가 되니 정말 무서웠다. 손에 땀이 났는데 ‘그 땀 때문에 미끄러져 떨어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 떨어지려고 난간에 섰는데, 난 떨어지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 두 손을 놓을 자신이 없어서 다시 내려왔다. 많이 서러웠다. 위로해 줄 사람이 너무나 많았는데, 어디든 전화해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말할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도 난 다시 죽을 생각만 했다.


약을 먹는 것은 용기가 좀 덜 필요했다. 그래서 모아뒀던 약을 모두 입에 털어 넣었고, 이게 나의 두 번째 자살시도였다. 약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 엄마가 집으로 왔다. 난 어지러웠고, 가만히 서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기울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나 병원에 좀 가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죽으려고 결심한 지 몇 시간이나 흘렀다고 난 다시 살기를 원했다. 그렇게 구급차를 탔다. 가는 동안 계속 엉엉 울었다. 구급대원 이모께서 날 공주라고 불러주시며 너무 위로가 되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며, 그동안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셨다. 처음에는 울면 열나서 응급실 못 들어갈까 봐 울음을 참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주셨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근데 그 온기와 위로의 마음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그래서 너무 감사했다. 병원에 들어가서부턴 기억이 잘 안 난다. 집중치료실까진 걸어서 들어간 것 같은데 그 뒤로는 너무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환자분’ 부를 때마다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여기 있는지 까먹기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치료실에 있다 응급실로 나왔다. 엄마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다. 좀 누워서 수액을 맞다 보니 정신과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중간에 말하다 질문을 까먹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았다. 내 이야기를 감정 없이 들어주셔서 안심이 되었고, 모두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왔기에 놀라진 않았다. 근데 막상 진짜 의사 선생님께서 ‘외출도 못하고, 산책도 못하고, 핸드폰도 사용 못할 수도 있는데 진짜 괜찮아요?’라고 하시니 좀 겁이 나긴 했다. 근데 나에겐 폐쇄병동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응급실에 와도 괜찮다고 해주셨다. 그럼 안정제가 있다고 이렇게 위험하게 오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응급실에 오는 걸로 약속해 줄 수 있냐고 했다. 나는 꼭 그러겠다고 선생님과 약속했다. 응급으로 외래를 잡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시도가 끝이 났다.


두 번째였기에 내가 나을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사람들께 너무 죄송했다. 첫 번째 자살시도 후, 안 하기로 결심했는데 또 시도한 내가 너무 밉기도 했다. 정말 너무 죄책감이 든다. 지금까지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는데 내가 감정조절을 못해서 홧김에 한 행동이 그 도움을 헛되게 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 내가 나아지려고 노력도 안 하면서 계속 도움을 받아도 되는 건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그 따뜻한 관심들이 없었다면 난 죽을 용기가 더 강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이 감사하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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