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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18. 2023

또, 응급실

자살충동으로 응급실에 가면

*자살과 자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살시도 이후, 난 응급실을 자주 찾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자해, 자살 충동이 들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응급실로 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자살시도 한 번 더 했다간 혼날 것 같았다. 사실 자살 충동으로 응급실에 가면 해주는 건 많이 없다. 돈만 깨진다. 근데 안 가면 죽을 것 같아서 그냥 눈 딱 감고 갔다. 살아보려고 갔다.


우선 가면 피가 철철 나거나 심장이 안 뛰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무한 대기를 한다. 침대에 누워 기다리다 보면 정신과 선생님이 내려와서 간단하게 진료를 하신다. 왜 자살충동이 들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등 간단한 질문들을 하시고 안정제 약이나 주사를 준다. 그리고 자살충동이 심하면 입원권유를 한다.


이게 끝이다.


비용은 10만 원 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싸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내 생명 값이라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 같지도 않다. 자살, 자해 충동은 말 그대로 충동이다. 이 충동은 정말 시간이 약이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은 시간이 더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충동 같은 경우엔 정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충동이 응급인 이유는 충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응급인 거다.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 절대적인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니까 응급실에 가라고 하는거다.


아프다고 소리를 꽥꽥 지르는 환자들 사이에서 나만 사지 멀쩡한 채로 있으면 사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비명소리 듣는 것을 힘들어해서 응급실에 맨 정신으로 누워있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충동이 들 때마다 응급실로 향하는 건, 충동이 들 땐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 상태로 뛰어내리면 응급실로 실려가겠지만, 그전에 걸어서 응급실로 향하는 게 나는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처방약에 취해 잠들더라도 몸에 해로운 약은 아니니까. 과다복용하고 실려갔어도 똑같이 잠들었겠지만 전자는 내 몸이 아프지 않고 후자는 내 몸이 상한다. 안 그래도 마음이 아파죽겠는데 몸까지 아프면 너무 서러우니까, 괜히 건강한 몸 아프게 만들지 말고 아픈 마음만 치료받고 오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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