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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Feb 05. 2024

자살 시도, 세 번째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응급실에 갔다.

아, 기억이 없으니 실려갔다고 하는 게 맞을까? 나의 자살 시도는 세 번째, 약물 과다 복용은 두 번째였다.


그날은 선약이 있었다. 그것도 몇 년 만에 잡힌 매우 중요한 약속. 근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약을 가져다가 모두 털어 넣었다. 처방전에 추가로 먹은 약들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라 치료에 뭐가 필요한지 난 안다. 무슨 약을, 얼마큼, 먹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그 정보들을 그 처방전에 다 적고 있었다. 그러고는 바지 주머니에 주섬주섬 넣었다. 누군가는 발견해 주길 바라며. 참 웃겼다. 죽겠다고 약을 먹었는데 응급실에 가서는 살고 싶었나 보다. 이번 일은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벌인 일이었다. 그래서 약을 먹고 잠든 지도 몰랐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이모가 날 깨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기억으로는 이모가 최초 발견자이다. 약속이 있는데 내가 연락이 안 되니까 만나기로 한 분이 우리 부모님께 연락을 했고, 부모님은 집에 와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마침 휴가 내셨던 이모한테 연락해서 연락받은 이모가 급히 우리 집으로 오신 것 같다. 그 뒤로는 기억이 거의 없다. 119를 타고 가진 않았지만 이동한 기억은 없고 그냥 동맥혈 검사랑 소변줄이 너무 아팠어서 그 기억만 있다. 그거 말고는 전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치료받으며 이틀 입원하고 집에 와보니 수북이 쌓여있는 약봉지, 흘러있는 물, 널브러져 있는 휴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대로 내가 죽었으면 이 방을 치우며 부모님이 너무 속상해하셨을 것 같다. 그래서 속상했지만 내가 치웠다. 그래도 최대한 상처는 덜 드리고 싶었기에. 치우면서도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그저 너무 힘들었을 뿐이다. 살아가는 게 너무 무서워서, 살아가는 게 너무 두려워서 그랬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과거의 나처럼 이런 글을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너무 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응급실로 무조건 가게 되어있고, 가면 거의 산다. 근데 사는 과정은 너무 아프다. 마치 우리가 사는 것처럼. 그러니까 우리 그냥 사는 것도 충분히 아픈데 응급실 가서 안 겪어도 되는 아픔 겪지 말고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그냥, 살아보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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