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May 12. 2024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삶과 죽음 그 어딘가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삶

죽음과 삶.

함께 존재할 수 없는 단어들 같은데, 그게 내 삶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일 수도 있겠다.  


죽음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제일 먼저 든다. 내 경험 상 회피의 수단으로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사는 것 같지 않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니 삶에 미련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날은 삶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내일 내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 하는 거?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장점도 있다. 내 감정 상태에 따라서 매일 장, 단점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 감정을 잘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언제는 내일이 간절했다, 언제는 내일이 쓸모없다 느끼는 게 내 감정에 달려있으니까.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고, 자살시도를 해본 사람 입장으로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지치는 삶을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은 다 나아가려 하고 살려고 애쓰는데 나만 그 속에서 stop을 외치고 있는 것 같을 테니까. 많이 외로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많이 외로웠다. 하지만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려고 하면 넘어지듯 삶도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달리다가 갑자기 죽으려고 한다면 당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당신의 자살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그럼 브레이크를 밟았으니 이제 죽을 수 있냐고? 그건 아닐 거다. 왜냐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천천히 삶을 살아가는 동안 또 살아갈 힘이 충전되어 당신은 또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브레이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나타나서 그 경계를 지워주려고 했다. 그 선이 때로는 지워질 때도 언제는 더 선명해질 때도 있었지만 지워졌던 그 순간들을 생각하며 난 오늘도 살아간다. 당신의 지우개는 뭘까.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취미가 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있다. 이 지우개는 조건이 없다. 그래서 당신이 그 경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지우개가 될 수 있다.


응급실에선 내일이 간절한 사람이 죽고, 자살시도자가 산다. 근데 이게 인생이고 삶이었다. 어쨌든 내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그저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최선을 다해 작별인사를 하고, 최선을 다해 사람을 살린 거면 그걸로 된 거다. 더 이상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 덜 힘든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이걸 읽고 있는 사람들은 자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 생각에 대해선 뭐라 다그치고 싶지 않다. 그저 꼬옥 안아주고 싶다. 토닥여주고 싶다. 품에 안겨 울다 보면 자살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날들이 올 것이라 나는 믿는다.


자살과 응급실을 검색하며 이 글을 들어온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냥 다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 충분히 힘들어해도, 쉬었다가도 괜찮아. 그냥 살아만 줘.

이전 17화 '나'를 찾아가는 여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