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지은
어제오늘 비가 그칠줄모르고 계속 내렸다. 비가 내리는 길을 터벅터벅 걷는 동안 어째서인지 눈길이 발길 닿는 화단 쪽을 향하게되어 콩벌레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비오기 전에는 무더운 날씨가 연속이었다. 강아지 산책 때마다 종종 보였던 콩벌레가 보이지 않아 벌레의 발자취에 대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어째서인지모르겠지만 문뜩 아빠가 떠올랐다.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무슨 소리인가 싶다면 여기서 스크롤을 멈추어도 좋다. 그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려 한다.
햇볕이 쨍한 여름날에 화단이나 산행길에서 무심하듯 시야에 들어오는 벌레라 관심 있게 찾아보지 않았는데 공식 명칭은 '공벌레'라고 한다. 공벌레의 몸은 두 개의 더듬이가 달린 머리와 일곱 개의 마디로 된 가슴 그리고 다섯 개로 이루어진 배로 나뉜 갑각류의 절지동물이라고 한다.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구나.
콩벌레로 알고 지낸 어린 시절에 콩벌레의 등을 손으로 톡! 하고 건드리면 공(콩)처럼 동그랗게 말아버리는 모습이 재밌어서 보일 때마다 톡, 톡 건드려서 굴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름이 공벌레인지도 모르겠다.
콩이나 공이나 그게 그건가.
아무렴 어때.
각설하고, 나는 솔직하게 곤충이 너무 무섭다. 만지면 바스락거리는 것도 기어 다니는 모습도 전혀 애정이 가지 않는다. 친숙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날의 계기로 곤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날이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곤충을 보자마자 소리를 빽하고 지르자 친구가 달려와서는 ".. 곤충이 더 무서울 거야.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인간이 다가오는데 얼마나 무섭겠어? 네가 헤치지만 않는다면 먼저 도망갈 테니 가만히 있어봐. (웃으며) 네가 더 무서우니까."라고 말해준 날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부터 곤충의 입장에서 이해하니 마주쳐도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형체 없는 귀신보다는 발이 가득 달린 지네, 엄지손가락만 한 매미, 까만 바퀴벌레, 불빛에 달려드는 나방 등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벌레가 더 공포스럽다. 그에 비해 공벌레는 갑자기 눈 앞에 등장해도 귀여운 감이 있지 않은가?;
오늘처럼 추적추적하게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곤충들도 사람과 같이 귀찮은지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곤충들은 물에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공벌레나 지렁이들 역시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는 생물이지만 그들도 살기 위해서는 위험한 물가는 피하는 것 같다.
위험한 물가는 피한다,
위험한 곳은 피한다,
살기 위해 위험한 곳을 피한다.
...
반대로 위험한 곳을 피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니까 순식간에 소방관, 의료진, 군인, 형사 그리고 배달원들이 머릿속을 스치듯 떠올랐다.
화염에 휩싸여 있는 곳에 장비하나 만 믿고 뛰어드는 소방관
코로나 19와 같이 감염의 위험을 알고도 뛰어드는 의료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형사
오토바이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배달원
...
어쩌면 그들은 살기 위해, 살기 위해서 위험한 곳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
(아빠 사진)
마지막으로 언급한 배달원이 우리 아빠다.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온 아빠 / 비 오는 날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하는 아빠 / 잠잘 때 몸을 잔뜩 웅크려서 콩벌레의 모습인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