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호
이틀 전부터 몸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고도의 무기력이 올 때마다 나에게 따라붙는 병이 있다. 스트레스는 몸의 안 좋은 부분을 꺼내어 돌보도록 만들어준다. 여태껏 괜찮다가 쉼으로 재발한다는 건 마음의 가라앉음이 몸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명백하게 증명한다.
"작년에 오시고 다시 오셨네요! 피곤하면 재발합니다. 약 4일 치 드시고 다시 와서 보죠!"
맞아, 지금 나는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하다. 병원을 나와 약을 짓고 큰 도로에서 하천 쪽으로 빠져나왔다. 피곤해도 걸어야겠다. 피곤해도 살아야겠다. 걸어야 살 것 같다.
집으로 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걸었다. 나의 19호실은 길 위에 있다. 철저하게 내가 되는 시간은 혼자 걸을 때 생긴다. 나만의 방은 아직 만들지 못했지만, 언젠간 갖고 말 거다. 이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지 않나.
피곤함을 물리쳐낼 상상놀이를 아이처럼 해본다. 길 위에서 자연을 보고 걸으며 웃어도 본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찍어서 그 순간의 기쁨에 보탠다. 지금을 살려고 노력한다. 나답게 사는 순간들이 모여야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가을로 가고 있는 나무들은 내 친구다.
바스러지기 전에 곱게 말려 책 사이사이에 끼워두고 싶은 친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낙하했던 마음도 반짝였던 조각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