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over wealth
2017년 7월 8일
어제 보도블록에 부딪힌 오른발 두 번째 발가락이 자색고구마마냥 멍들고 부어올랐다. 병원을 가볼까 싶다.
카오산로드로 나갔지만 병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카오산로드를 선뜻 떠나기 어렵다. 이곳에는 관광객을 위해 음식, 술, 마사지, 레게머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헤나이다. 평소 강인한 인상을 꿈꾸는 나는 곧 바랠 것을 알지만 일시적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헤나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술자가 내민 도안이 담긴 두툼한 A4 클리어 파일 속 내 예산에서 할 수 있고, 맘에 드는 문양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유니콘 밖에 없었다.
호스텔로 돌아와 직원에게 물으니 영어로 진료하는 병원은 대학병원인데 병원비가 비쌀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자 보험을 들은 나는 당당하게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접수를 마친 나는 타의에 의해 휠체어에 태워졌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위층으로 올라가 엑스레이를 찍고 병원 침대에 누워 진단을 기다렸다. 은정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이다.
진단: 작은 멍과 발가락 근육 놀람
처방: 연고
나올 때는 휠체어를 빼앗긴 채다.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기차역 주변의 현지인들로 붐비고, 평점도 나쁘지 않은 음식점에 들어갔다. 일단 자리에 앉았는데 왜인지 주목받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면 주변이 조용해지고, 고개를 들면 계속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유니콘의 힘을 빌려, ‘배고프다’를 태국어로 번역하여 점원에게 보여주며 배를 문지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