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ll about the patience
2017년 7월 8-9일
7월은 우기로 성수기도 아닌데 치앙마이로 가는 1 또는 2등석 기차표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차가운 현실이 우리에게 허락한 것은 3등석 기차표 밖에 없었다.
1등석은 에어컨과 침대칸, 2등석은 선풍기와 침대칸이라면 삼등칸의 냉방시설은 천장에 달려 달달대며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가 전부였고, 좌석은 90도로 세워져 꼿꼿이 앉아갈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밤새 열차가 어둠을 뚫고 달려 나갈 때, 나는 벌어진 창문 틈 사이로 몰아치는 차가운 밤바람에 괴로워했고, 은정은 높은 습도가 유발하는 불쾌함에 연신 물티슈로 살갗 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연신 훔쳐내기에 바빴다. 이에 더해 새벽녘에 승차해, 내 맞은편 고장난 의자에 앉은 승객이 졸다가 무게중심을 잃을 때마다 만들어내는 “쿵!” 소리도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기차역에서 시내로 나가는 툭툭기사와의 흥정을 마지막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의식을 놓아주기로 한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영 일어날 기분이 아니었지만 더 늦어지기 전에 가까운 멕시코 음식점으로 향했다. 산타클로스로서의 명성을 뒤로하고, 썰매개와 함께 자유를 찾아 태국 북부로 이주,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가게 주인의 모습에 이곳이 아직 호스텔 침대 안이 아닌지 허벅지를 꼬집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