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lemons
2017년 7월 11일
우리는 원래 묶던 호스텔 바로 옆 골목의 새로운 호스텔로 옮겨갔다. 그곳 또한 내가 지난겨울에 다녀간 곳으로(태국 경찰을 만난 곳이다.), 현재의 호스텔보다 조금 더 저렴하지만 청결도나 시설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곳이었다. 당시의 난 비용면에서 좀 더 효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에 우쭐하기까지 했다.
호스텔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에 안도하던 그때, 무방비 상태에서 나와 은정은 우리의 태국 여행에서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작은 키를 가진 마크마놉. 그는 우리가 묵을 호스텔의 주인이었다.
마크마놉은 첫날 체크인할 때부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당시에는 그저 투숙객을 환영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마 태국 사람들에게 부와 미의 상징인 하얀 피부를 가진 은정을 보고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당시 은정은 햇볕을 가리기 위해 장갑을 끼기도 하며 하얀 피부를 유지했다.)
우리의 여권을 받은 그는 한국 사람인 걸 알고는 더욱 호들갑을 떨며, 자신이 한국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2층의 방과 화장실을 우리 둘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해줬다. 놀라는 척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듣고 있는데 그가 말하며 은정의 한쪽 어깨를 한번 주물렀다 놓았고, 순식간에 내 어깨도 주물렀다 놓았다(squeeze). 지금껏 누구도 내 어깨를 주무른 적이 없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에 아무런 반응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안돼 은정과 나는 그 행위가 굉장히 불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스퀴즈가 친밀감의 표현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욕구 해소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때는 밤 11시가 넘은 시각, 우리는 첫날부터 주류 반입 금지를 어기고 맥주 서너 캔을 사다 방바닥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은정은 ‘마크마놉 올라오는 거 아니냐?’라고 뜬금없이 말했고,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은정은 안심하지 못하며 방문을 잠갔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잠가놓은 문고리가 덜그럭 댄다. 황급히 맥주 캔들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예각을 유지하며 문을 열었다. 마크 마놉은 좁은 문틈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며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예쁜데 함께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으며 차키를 짤랑댄다. 괜찮다, 피곤하다 등 몇 번이나 거절한 끝에 그를 돌려보낼 수 있었다. 마크마놉이 마냥 친절한 영감탱이는 아닐 거라는 쪽에 무게감이 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