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을 하면서 생긴 이상한 습관

'한번 다녀왔습니다'의 송다희를 보면서

by 보통의 다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굳이 시간에 맞춰 틀어야 하는 불편한 TV와는 질긴 인연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요즘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을 보면 아마 나에게만 해당되는 소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시청률이 37%가 넘어가는 인기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한번 다녀왔습니다.'


주말 드라마라는 특성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조금 더 플러스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주말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50대 이상에서만 아니라, 내 또래집단에서도 큰 회자가 되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의 인기 요소는 한 두 개가 아닌 듯했다. 100회나 되는 기나긴 에피소드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클립을 통해 부지런하게 줄거리를 따라잡았다. 바로 지난주에 마지막 회가 방영이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모두가 원하는 것을 이루면서 끝나는 꽉 찬 해피앤딩으로 극은 마무리되었다.


이 드라마가 주는 시사점은 에피소드 수만큼이나 많지만,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건 막내 송다희의 삶이었다. 심성은 남매 중에 가장 착하지만, 전문대를 나온 것, 파혼, 정규직 심사에서 떨어진 것 등의 이유로 가족의 아픈 손가락이 된 그녀.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편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거기에 조력자의 등장으로 결국 합격을 한다.


멋진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 멋지고 부러웠다.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송다희는 몇 살이었을까?



갑자기 드는 궁금증에 자려고 껐던 불도 다시 켜고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역시 나와있지 않았다. 대략 유추해보건대 25-26살?


별걸 다 궁금해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이런 걸 계산하고 있는 내가 참 어이없다.


얼마 전 우연히 23살 때 26살의 나에게 쓴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도 바쁜 하루를 잘 보냈니? 하루하루 정신이 없는 나날들이지만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어서 참 기뻐. 경쟁 PT도 열심히 준비해서 결국 오늘은 그 브랜드 광고를 따냈구나. 퇴근 후에는 지칠 텐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보람찬 휴가를 위해 베트남어를 배우는 네가 참 멋있다.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청춘을 보내고 있구나. "


26살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지금.

내가 꿈꿨던 26살의 모습은 이 모습이 아니었다. 작은 회사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고 있었고, 일을 하고 있는 on와 그 이후의 삶인 off 모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하루하루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글도 쓰고, 컴퓨터 공부도 하고 언어도 배우고 있지만 회사라는 울타리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많이 작아지는 중이다. 가끔은 내가 너무 밉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래서인지 다희의 삶이 더 멋있고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다희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편입'을 선택한 것처럼, 비슷한 나이면 나도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늦지 않은 게 아닐까 싶어서.


생각해보니 이런 습관은 요즘에 생긴 게 아니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드라마 속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대표되는 임수정과 차현을 보면서 나도 38살쯤에는 저 위치에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저런 고민을 하게 될까 생각했다. 그러니 26살의 나는 지금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거겠지라고도.


나도 모르게 극 중 캐릭터의 나이를 세는 것.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 만든 어이없는 습관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압박감 속에서도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핑곗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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