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날 후회하게 만드니...?

좋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대학생활은 인턴 면접 앞에서 무너졌다

by 보통의 다지

처음으로 '취업 상담'을 목적으로 학교 상담 센터의 문을 두드렸던 때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던 막 학기의 4월이었다. 학교에서는 방학 때 2달간 약 20개의 회사에 학생들을 파견하기 위한 인턴 공고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한 달에 겨우 50만 원을 받는 본전도 못 뽑는 인턴 자리였지만, 경쟁률은 어마 무시했다.


4년간의 경험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꽤 그럴듯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까지 장장 한 달이 걸렸다. 처음 써보는 자기소개서에 어떤 컨설턴트는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네요. 잘 쓸 수 있을 거예요."라고 위로를 해 주며 내 눈물샘을 자극한 적도 있었고, 또 다른 컨설턴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소개서를 쓴 적이 없다고요? 인턴 경험도 없어요? 하... 좀 늦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해요."라고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뭐, 괜찮았다. 나는 나를 믿었고, 내가 뽑힐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생활 4년 동안 나는 부지런히 공부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까. 1학년 때는 원하는 과가 생겨서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결국 단 1명 뽑는 지금의 학과로 전과를 했고, 토익도 반 타작도 못하던 내가 결국 토플을 보고 원하는 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밤을 새워서 준비한 공모전에서는 좋은 결과도 얻으면서 내 자존감은 함께 올라갔다. 이제는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업 면접.

나를 포함해 총 4명이 함께 면접을 봤는데, 처음이라 떨렸지만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대답을 했었던 꽤 만족스럽던 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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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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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래, 탈락일 수도 있지. 사실 그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탈락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했던 면접관들의 태도는 끝까지 나를 화나게 했다.

"학점이 제일 낮네요. 학점 관리 안 하고 다른 거 하셨나 보다 하하하" (누가 들으면 2점 대인 줄 알겠다. 내 학점은 3.92다...) "제2 외국어 성적이 없으시네요. 옆 친구는 있는데." (무역 회사면 말은 안 한다) 그러고 나서 전체에게 말을 했다. "다들 너무 잘하셨어요. 근데 다 아시잖아요. 요즘 광고 업계 빡세요.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꽤 규모 있는 광고 회사에서는 해외 대학 출신들을 더 선호하긴 하죠. 91%가 해외 대학 출신이라면 한 5%는 서연고 출신. 그리고 나머지는 유튜버들을 뽑고요."


순간 우리 4명은 얼음이 되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면접 전 같이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물론 이런 자리는 항상 내가 말을 걸고 있다) 어딜 가서 절대 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에서 제일 큰 광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친구를 포함해 모두 토익 900점과 오픽 최고 점수, 그리고 3명은 교환학생도 다녀온 상태. 다들 자신을 불사 지르며 4년 내내 열심히 산 영혼들이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대학 다시 가라고? 당신이 뭔데 우리의 4년을 무시해?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이런 회사는 절대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내 노력을 인정해주고, 내 가능성을 알아주며, 사람 취급을 해 주는 회사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취업이 어려워진 지금 내 다짐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안 그래도 설 자리가 없는 문과 졸업생들. 정부는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고,

그마저도 있는 서울시 뉴딜 프로그램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거라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지원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 쪽은 아예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같은 전공을 공부하면서 함께 피 터지게 공모전을 준비했던 친구와 만나면 요즘엔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이라도 프로그래밍 언어 이런 거 배워야 하나."

"모르겠다. 적성에 안 맞아도 공대에 갔었어야 했나 봐.'

"아니다, 고등학교 때 죽어라 해서 서울대를 가던가 아니면 해외 대학에 진행을 했어야 했다."

"아니야, 그냥 대학교 안 다니고 그 돈으로 카페를 차렸어야 했어. 그리고 그걸로 유튜브를 하는 거지."


그러고 나서 한숨을 내쉬며

"야, 우리 뭐 먹고 사냐..."로 이 대화는 끝이 난다.


취업을 해야 하는 백수인 요즘, 나름 행복했다고 믿었던 내 대학생활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져 속상하다. 존경했던 교수님들이 있었고, 밤을 새도 재밌었던 전공 과제가 있었고, 설렘이 가득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내 모든 대학생활은 약 1억과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시작해야 하나 싶다.

좋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후회가 되니까. 아니 되게 만들었으니까.


이거 우리 잘못 아니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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