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써 봄 Apr 11. 2024

현재 소속- 우리 집

주부입니다.

요즘 지원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최근 십 년간 써본 적 없는 이력서를 써야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어서 기쁘면서도 적잖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나의 경력이 꽤나 오랜 시간 끊겼다는 것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게 하고 더불어 자신감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자기소개를 쓸 때는 이 일에, 혹은 이 교육에 적합하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는데 긴 시간의 공백이 나를 필요 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며 손이 오그라듬을 느낀다. 


지원 전 미리 수강해야 하는 교육이 있었는데, 소속란이 있었다. 물론 '없음'이라고 적었다. 칸만 채우면 되는 것이기에 딱히 고민은 없었지만, 오늘 우연히 한 작가님이 같은 교육을 들으려 하셨는데, 소속을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주부의 소속은 어디일까? 진정 소속은 없는 걸까? 소속이 없다는 것은 나를 더욱 움츠러들고 작아지게 만든다. 

 

가정 주부의 이미지가  밥이나 하고 몰려다니며 커피나 마시는 사람으로 된 까닭은 무엇일까? 얼마 전에는 소아과 오픈런이 브런치 먹으러 다니는 엄마들 때문이라는 망언도 나왔을 정도로 한심하게 본다는 것이 화가 나기도 하고 씁쓸해지게도 한다. 


나의 소속은 우리 집이다. 집에 소속되어 가정 경제를 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살림을 하며 엄마로, 아내로, 딸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했을 때는 나의 운명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갔다. 유수풀에 떠다니는 튜브처럼 그저 물결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며 내가 정한 것이 아닐 거라며 상황을 원망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의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고 꾸려 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한 가지라도 해보려고 노력하기에, 무언가 하나는 이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30일 글쓰기를 완성해 낸 것처럼. 꾸준히 그냥 하다 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나 자신을 믿으며 




이전 03화 누군가 나를 생각한다는 것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