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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Apr 19. 2024

친구를 잡아라

지구의 상황은 점점 안정되어 갔다. 매일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며 운동장 한번 나가서 놀기 힘들었다는 같은 반 아이들도 점심 후 자주 놀이터에 가서 놀게 되니 기쁘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점점 학교와 연락은 뜸해지고 나도 약물 복용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형아만 사랑한다며 울고 불고 하던 쌍둥이 동생들도 가정이 편안해 지자 불만은 잦아들었다. 담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약간의 찝찝함은 있었지만 한번 그런 일이 있었으니 신경은 쓰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결 나아진 생활을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지구의 무릎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다. 

"지구야 무릎에는 왜 멍이 들었어?

"어 이거 선생님 도와드리다 그런 거야."

"선생님을 도와드렸어? 멋진 일을 했네. 그런데 뭘 했는데 무릎에 멍이 들었어?"

"응 수업시간에 00 이가 밖으로 도망치면 a랑 b랑 c랑 나랑 데리고 와야 해. 00 이가 주차장에서 안 잡힐라고 발버둥 치는데 잡다가 무릎을 발로 찼어"


아이가 전해준 이야기는 이랬다. 지구 외에도 착석이 안되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교실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4명의 친구를 묶어 00이 데려오는 당번을 정해주었고, 그중에 지구가 포함되었던 것이다. 한 명은 상담선생님을 부르러 가고 나머지 세명은 그 아이를 쫓아 수업시간에 학교 이리저리를 뛰어다니며 잡으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지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아이는 선생님을 도와주는 그 상황을 뿌듯해하기도 하고, 은근히 재미있어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수업 시간 동안 그 친구를 눈여겨보며 밖으로 나갈 때만 기다려 쫓아가는 그것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경찰과 도둑' 놀이와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맥이 탁 풀렸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 생활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던 지구. 학교 생활을 하기 힘들어하는 또 다른 친구. 선생님을 돕는다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쫓아다니는 순수한 2학년 아이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또 담임에게 전화를 하고 친구 잡으러 가는 당번은 없어지고, 해결이 되었지만. 

나의 무거운 마음은 그 후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 일은 지구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내가 어른으로, 지구의 엄마로 어떤 몫을 해 주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지구 덕분에 평소에  알지 못했던 그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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